|
프로야구의 또 다른 주인은 바로 팬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뿐만 아니라 10개 구단 모두 이에 공감한다. 그래서 KBO와 구단들은 팬들의 목소리를 가능한 한 많이 들으려고 한다. 따뜻한 성원과 냉정한 질책은 팀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다. 특히 팀이 성적부진으로 허덕일 때 보내주는 팬들의 응원은 마치 가뭄 속 단비와 같다. 그 애정 덕분에 팀은 다시 힘을 낸다.
특히 정성훈에 대한 팬들의 과도한 집착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1999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가 올해까지 19년간 2105개의 안타를 친 대단한 타자인 건 맞다. 하지만 그는 팬들이 말하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헌신'을 하는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주어진 연봉에 맞게 최선의 활약을 하려고 노력해온 성실한 선수는 맞다. 하지만 이걸 헌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냥 정성훈은 성실하게 계약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의무를 수행했을 뿐이다.
그를 덕아웃 리더라고 볼 수도 없다. 그냥 평범하게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유형이다. 후배들이 야구에 대해 물어 보면 설명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솔선수범해 후배들을 챙기고 덕아웃의 투지를 끌어올려 동료들의 지지를 받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LG는 전통적으로 주장을 선수들의 투표로 뽑는데, 정성훈은 투표를 거쳐 주장이 된 적이 지난 9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후배들에게 '야구 잘하는 조용하고 특이한 선배'이긴 했어도 '믿고 따를 만한 리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엉뚱한 행동과 말을 할 때가 종종 있어 야구계에서는 독특한 사람이라고 평가받는다.
이제 지명타자로 역할이 거의 고정된 정성훈은 정확성과 안타 생산력은 뛰어나지만, 장타력이 약하다. 타점 생산력도 좋지 않다. 다른 팀의 '지명타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시장에 풀린 그에 대해 어떤 구단도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보상금이나 보상선수가 없음에도 말이다.
올해 LG는 팀 평균자책점이 1위임에도 극심한 타격 부진 때문에 포스트시즌에 탈락했다, 특히 장타와 타점 부진이 심각했다. 팀 타선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 일환으로 정성훈을 내보내고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건 상식적인 선택이다. 올해 정성훈이 276타수-86안타로 만든 '0.312' 타율이 중요한 게 아니다. 팀 입장에서는 연봉 3억원의 정성훈이 115경기에서 6홈런-30타점-32득점밖에 내지 못한 게 더 중요하다. 그의 올시즌 승리 공헌도 WPA(Win Probability Added)는 불과 -0.57이었다. 감정이 없는 수치는 확실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 악감정을 거둬내고 사실만 보면, 양 단장이 왜 정성훈을 내보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KBL 450%+NBA 320%+배구290%, 마토토 필살픽 적중 신화는 계속된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