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야구-축구 동반 우승, 현대기아차가 지배하는 한국 스포츠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10-30 23:18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을 꺽고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KIA 양현종이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0.30.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을 꺽고 우승을 확정한 후 KIA 김기태 감독과 선수단이 팬들에게 큰절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0.30.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0.30.

시계를 2009년, 8년 전으로 돌려보자. 그해 10월 24일, KIA 타이거즈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SK 와이번스를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9회말 나지완이 끝내기 홈런을 터트려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 2001년 6월에 기아차가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해 KIA 타이거즈가 출범한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그로부터 40여 일이 흐른 12월 6일, 프로축구 전북 현대 모터스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샴페인을 터트렸다. 1994년 창단한 전북 현대가 최강팀으로 발돋움해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8년 만에 현대·기아차그룹 산하 형제 구단이 다시 활짝 웃었다.

K리그 클래식의 전북 현대가 29일 제주 유나이티드를 꺾고 2017시즌 우승을 확정한데 이어, 30일 KIA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8년 만의 야구, 축구 동반 우승이다. 8년 전과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지, 같은 장소, 열광적인 팬들 앞에서 환호했다. KIA는 이날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대6으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4승1패, 압도적인 전력을 쏟아내며 통산 11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해태를 승계했다고 해도, KIA 구단은 어디까지나 후발 주자다. 전북 현대 또한 K리그가 출범하고, 10년 넘게 지난 뒤 첫 발을 뗐다. 2005년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09년, 2011년, 2014년, 2015년 우승에 이어 올해 5번째 별을 달았다.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4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리그 1강'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두 구단 모두 모기업인 현대·기아차의 꾸준한 투자, 견실한 지원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국내 스포츠 특성상 모기업 최고위층의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면, 팀 운영이 힘들고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KIA 타이거즈와 전북 현대 모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사실상 구단주 역할을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를 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기아차는 광주팬들이 열망했던 새 구장, 기아챔피언스필드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또 280억원을 투입해 2군 구장인 함평 챌린저스필드를 2013년 개장했다. 미래를 내다본 인프라 구축이 최강 타이거즈의 토대가 됐다.

삼성이 주춤하면서 현대·기아차가 국내 스포츠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한동안 리그를 선도했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2년 연속 9위에 그쳤고, 프로축구의 '큰손'으로 통했던 수원 삼성은 우승 전력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삼성은 각 종목 스포츠단을 제일기획 산하에 두고 규모의 경제학을 강조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상당히 위축돼 있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삼성의 빈자리를 현대·기아차가 메우고 있다.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 현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전북 이동국에게 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전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0.29/

임동현. 사진캡처=세계양궁연맹
전통적인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진다. 정의선 부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그룹 회장을 승계해 대한양궁협회를 이끌고 있다. 한국 양궁대표팀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막을 내린 2017년 현대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며 종합우승했다. 리커브에서 금메달 3개-은메달 1개-동메달 1개, 컴파운드에서 금메달 2개-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세계 최강 한국양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한국양궁만이 가능한 사상 첫 전종목 석권이었다. 현대·기아의 든든한 지원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또 그룹 산하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지난 4월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을 제압하고 헹가래를 쳤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1위팀 대한항공을 꺾고 10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최근 주춤했지만 남자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는 KBL 최다 우승팀(6번)이다.

이제 현대·기아차를 빼고 한국 스포츠를 얘기할 수 없게 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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