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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의 방망이가 갑자기 식었다. 불과 열흘전만해도 역사를 써내려갔던 방망이였다. 두산은 지난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대5로 무릎을 꿇었다. 1승3패로 벼랑끝에 몰린 두산. 경기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역시 방망이는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팀타율이 2할6푼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쯤되니 두산 방망이가 강했던 것이 아니라 시즌 후반부터 힘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NC 불펜진이 허약했던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KIA 방망이는 뜨겁지는 않아도 점수를 낼 때는 집중력을 선보이고 있다.
두산이 정작 힘든 부분은 초라한 득점권 타율. 3차전까지 득점권 타율이 9푼5리에 불과했는데 4차전 득점권 타율 역시 9푼1리(11타수 1안타)에 그쳤다. 찬스를 만들어도 이어가지 못하고 뚝뚝 끊어진다.
타선이 장점을 살리지 못하니 마운드도 힘을 받지 못한다. 4차전 선발 유희관은 1회에 2실점했지만 6⅓이닝 동안 7안타 4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제몫을 다했다. 2회부터 6회까지 연속 5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냈지만 두산 타선은 그를 외면했다.
두산 방망이의 부진 이유는 첫번째, KIA 마운드의 높이다. 양현종-팻딘-임기영 등 푹 쉬고 나온 KIA 선발들은 힘이 넘쳤다. KIA 불펜도 시즌 중 허약한 모습이 아니었다. 구속과 자신감은 몰라볼 정도였다.
두번째는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서서히 고갈된 체력이다. 마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신바람을 냈지만 늘어진 경기시간 등으로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피로는 누적됐다. 방망이 때문에 망가진 한국시리즈지만 반전도 결국 방망이가 동반돼야 가능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