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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 밖이었다.
플레이오프 NC 다이노스와의 2경기에서는 상대한 8타자 중 6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정도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던 김강률이어서 충격은 더 크다.
사실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 때 김강률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말한 바 있다. 그는 1차전을 승리한 후 인터뷰에서 "김강률이 구위는 좋은데 (마무리) 경험이 없어서 걱정을 좀 했다. 함덕주가 주자 나갔을 때 조금 더 끌고 갔으면 했는데 안 돼서 바로 김강률로 바꿨다"고 말한 바 있다. 김 감독의 말처럼 포스트시즌, 그것도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에서 이제 갓 마무리 '딱지'를 붙인 투수가 짊어진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문제는 이제 이날만이 아니다. 두산은 김강률마저 무너진 후에 믿고 맡길만한 중간 투수가 사라졌다. 앞으로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남은 4경기 중 3경기를 잡아야 한다. 당연히 믿음직한 중간투수의 존재가 절실해졌다. 시리즈를 시작할 때는 든든한 불펜이었던 투수들이 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필승조 함덕주 김승회 이용찬 등도 최근에는 그리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함덕주는 2차전과 3차전에서 제 몫을 못해줬고 김승회는 1,2차전을 푹 쉬고 3차전에 등판했지만 ⅓이닝 1실점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용찬도 3차전에서는 2⅓이닝 무실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했지만 플레이오프 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신뢰가 쌓이지 못했다.
3차전 1점차 박빙의 상황처럼 정말 중요할 때 어떤 투수를 내보내야할지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김강률의 부진이 단순히 한경기에만 그친다면 두산으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 하지만 남은 경기에서도 부진하다면 두산의 한국시리즈 3연패는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
두산이 그동안 한국시리즈 3연패에 자신만만해했던 것은 선발과 타선 뿐만 아니라 믿음직한 불펜이 있어서였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