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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일구일언(一球一言)] LG, 팀 근본 체질 개선 없이는 만년 약팀 된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9-30 23:11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KBO리그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3대5로 패배한 LG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9.29.

FA(자유계약선수) 거물 영입? 감독 교체? 이게 LG 트윈스를 살릴 수 있는 길일까.

LG 트윈스의 2017 시즌은 아쉬움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29일 두산 베어스에 패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 5위 등극 실패가 최종 확정됐다.

물론 5위 SK 와이번스가 1승을 거두면 끝나는 경쟁이었다. SK는 30일 한화 이글스를 물리쳤다. 그러나 SK가 29일 롯데 자이언츠에 대패한 가운데, 만약 LG가 두산을 물리쳤다면 한화전에 마음 편히 임할 수 있었을까. 초반부터 SK가 밀린다는 소식이 LG 덕아웃에도 전해졌을 것이다. 조금 더 힘을 냈어야 했다.

결과론적 얘기일 수 있다. LG 선수들도 분명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노력을 했는데, 못이겼다고 비판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전 세계 모든 프로팀들이 패 없이 승리만 쌓아야 한다. 경기를 하면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다만, 두산전 패배가 아쉬운 건 결과 때문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분노한 장면이 나왔다. 0-3으로 밀리다 1점을 따라간 후 진행된 6회말. 2아웃을 잘 잡은 상대 선발 장원준이 갑작스럽게 흔들리며 김재율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줬다. 다음 타자 양석환. 유격수 방면 땅볼을 쳤다. 타구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뛰지 않았다. 그 때 두산 유격수는 류지혁이었다. 최근 몸이 좋지 않은 가운데, 대수비로 나왔다. 몸이 덜 풀린 상황에서 타구를 놓치며 허둥댔다. 슬슬 뛰던 양석환이 그 장면을 보고 다시 전력질주 하기 시작했지만, 아웃. 이날 경기를 중계하던 KBS N 스포츠 조성환 해설위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전력질주를 했으면 무조건 살았다. 왜 전력질주를 안했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프로 야구에서 전력질주는 기본 중 기본이다. 그게 돈을 주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 대한 예의다. 선수 본인에게도 당연히 이득이다. 빨리 뛰어야 살 확률이 높아진다. 많이 살아야, 연봉이 올라간다.

위에서 언급했 듯이, 열심히 하는 가운데 못하는 걸 가지고 욕하는 건 잔인하다. 하지만 전력질주, 수비에서의 기본 백업 플레이 등을 망각하는 건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기본 중 기본이다. "체력 떨어지니, 부상 위험이 있으니 전력질주를 못하겠다"라고 하는 선수가 만약 있다면, 이 선수는 프로의 자격이 없다. 그 정도 몸도 만들지 않고 많은 연봉을 받는 건 팬 기만 행위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이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가장 많은 안타를 치고, 야구를 잘해서도 있겠지만 공이 구르든, 뜨든 무조건 1루까지 열심히 뛰기 때문이다.

양석환 뿐 아니었다. 9회말 마지막 공격도 허무했다. 3-5 상황, 2점은 그렇게 큰 점수차가 아니었다. 그러나 유강남, 채은성 모두 초구를 건드리고 허무하게 아웃됐다. 대타 백창수도 초구 공략. 코스가 좋아 내야안타로 살았다. 그런데 마지막 이형종도 초구 땅볼 아웃이었다. 이미 경기를 포기한 듯한 인상을 풍겼다. 다른 경기도 아니고, 이 경기에서 지면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되는데, 어떻게든 상대를 물고 늘어지겠다는 의욕이 안보였다. 조성환 위원은 이날 경기 도중 LG의 시즌을 결산하며 "좋은 선수들은 많은데,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 상대를 물고 늘어뜨리는 선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확한 지적이다. 위에 언급된 선수들은 지난해부터 급성장한 선수들이다. 그리고 올해 더욱 많은 기회를 얻었다. 그 중 올시즌 확실한 주전급이라고 거듭난 선수가 있을까. 없다. 포수 유강남 정도가 그나마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 정도다.

프로야구에서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1군 2년차 시즌을 망친 선수들이 많다는 얘기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2년차 징크스의 이유를 이렇게 얘기한다. 1군에서의 성공에 도취되지 말고, 더 잘하려 노력해야 하는데 그 달콤함에 취해 머리로만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잘한 시즌 다음해 무너지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한 시즌 중에도 잘나가다,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선수들이 허다하다. 이런 사례를 올해 LG에서 유난히 많이 볼 수 있었다. 야수 뿐 아니라 불펜의 김지용도 지난해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올해는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을 보냈다.

LG는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인기팀이다. 많은 팬들이 선수들을 지지한다. 그러니 조금만 인기를 얻으면 소위 말하는 '스타병'에 빠져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선수들이 많다는 지적을 그동안 수없이 받아왔다. 심지어 팀 내부 고참 선수들도 "조금만 띄워주면 자신들이 특급 스타인줄 안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후배들을 나무랄 때가 많았다. 박용택은 스타로 대접받을 만한 실력과 자기 관리를 항상 보여준다. 그런데 그 실력도 보여주지 못하며 '박용택같이' 행동하는 선수들은 그게 플레이와 사생활에서 묻어난다. 단순 개인 성적을 떠나, LG팬들이 새로운 스타를 갈망하지만 만나지 못하고 언제까지 박용택만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LG가 더욱 초라해보였던 건 그날 두산의 선택 때문이었다. LG 양상문 감독은 용납할 수 없는 플레이를 한 양석환을 빼지 않았다. 그러나 두산은 번트 작전에서 본헤드플레이를 한 최주환을 바로 바꿔버렸다. 그 전까지 공-수 모두에서 맹활약하던 최주환이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그 한 경기를 잡으려다, 팀 전체가 망가질 수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계속 경기에 뛰면, 매일같이 묵묵히 훈련만 하는 백업 선수들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양상문 감독은 팀 베테랑 이진영을 kt 위즈로 떠나보내고, 이병규를 기용하지 않으며 "젊은 선수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었다. 야구 잘하는, 인기 많은 선배들의 기세에 위축되지 말고, 젊은 선수들이 마음껏 자신들의 기량을 펼쳐보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렇게 양 감독이 키운 선수들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양 감독에게 비수를 꽂았다. 하필이면 두산전은 2018 lg의 신인 선수들이 경기장을 찾아 지켜봤는데, 과연 그 신인 선수들은 이 경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벌써부터 LG의 미래에 대한 얘기가 많다. 타력이 약하니 FA 강타자를 영입해야 한다고 하고,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양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홈런 20개 치는 타자 1명이 더해진다고 팀 컬러가 확 바뀔 수 있을까. 아니다. 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경기에 못나가는 선수들이 '아니, 왜 내가 더 나은 선수인데 나를 안내보내는가'라고 생각하며 한숨만 쉬는 게 아니라 '내가 이런 부분이 부족하니 더 채워보자.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그걸 보여주자'라고 마음을 먹어야 한다. 주전 선수들도 '나 아니면 누가 나가겠나'가 아니라 '내가 조금만 나태해지면 다른 선수들이 치고 올라온다'고 걱정을 해야 한다. 지금 LG에 필요한 건 화려한게 아니라, 기본 중의 기본이다. 바로 프로로서의 근성, 그리고 팀 정신이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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