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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해도 현실' 달라진 국대 규정, 제 2의 병역 혜택 될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9-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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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갖고있는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두고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이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끌었던 WBC 대표팀은 예선에서 탈락하며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2년 전 열렸던 프리미어12 대표팀 역시 선수 발탁때에 비슷한 논란이 있었지만,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기 때문에 굳이 긁어부스럼을 만들지 않았다.

국가대표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약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태극마크는 자부심이자 자존심이었다. 일흔이 넘은 김인식 감독도 "외국에서 애국가를 들으면 가슴이 뭉클하고 정말 감회가 새롭다"고 할 만큼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 있었다. 그래서 대단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도 기꺼이 대표팀에 승선해 '목숨 걸고' 싸우는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여전히 국제 무대에서 태극기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은 상징성이 크지만, 예전만큼의 투철한 사명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선수 개개인의 잘못은 결코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민족주의가 희미해졌고, 선수들은 더욱 프로페셔널 해졌을 뿐이다,

꿈만 같았던 'FA(자유계약선수) 100억원 시대'는 이제 현실이 됐고, 프로에서 잘하면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 자연스럽게 선수들도 자기 관리를 더욱 열심히 하면서 메이저리그식 야구에 많이 물들어있다. 리그 비시즌 혹은 시즌 도중에 국가대표로 대회에 출전했다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있고, 아니더라도 체력적인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또 대표팀에 대한 잣대도 이전보다 엄격해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국제 대회에서 거둔 화려한 영광과 비교해 조금이라도 부족한 성적이 나오면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가 없다.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선수들 입장에서 태극마크의 위상은 부담감의 크기와 정비례한다. 때문에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발탁된 선동열 감독에게도 가장 많이 주어진 질문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였다.

또 그동안은 병역 혜택이 걸려있는 올림픽 3위 이내 입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의 굵직한 대회에서만 열심히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실질적 혜택을 주기로 했다. 26일 2017년 제 3차 이사회를 실시하고, 논의 결과 대표팀 포인트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뿐만 아니라 WBC나 프리미어12 등 국가대항전 대부분이 혜택 대상이 된다. 국제 대회에서 거둔 성적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하고, 1포인트를 FA 등록일수 1일로 전환시킬 수 있게 됐다. 기존에도 국가대표 소집일을 FA 등록일로 변환시킬 수 있었지만 보다 세부적인 조건으로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태극마크를 달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선수들도 많다. 대표팀에 뽑힌 것을 큰 영광으로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당연히 많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바뀐 것은 씁쓸해도 인정해야 한다. KBO가 더 현실적인 혜택을 주기로 결정한만큼, 앞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되길 바라는 것이 최선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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