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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 25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4회말 양의지와 민병헌을 사구로 내보낸 뒤 두산 덕아웃을 향해 모자를 벗고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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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하면서 가슴이 철렁 가라앉는 순간은 여러번 있다.
자신이 다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자신 때문에 부상을 입는 선수가 생긴다면 이 또한 피할 수 없는 고통이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25일 잠실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소중한 경험을 했다. 0-0이던 4회말 2사 2루서 양의지와 민병헌을 잇달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며 위기를 맞았다. 2사 만루서 오재일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양의지와 민병헌 모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에서 교체됐기 때문이다. 박세웅은 두 선수가 1루로 힘겹게 걸어나가는 장면을 보면서 모자를 벗고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헌데 두 선수 모두 부상 상태가 가볍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X레이와 CT 검사를 받았는데 뼈에 다소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다. 두산은 "붓기가 가라앉는대로 내일 좀더 정밀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경기서 롯데는 박세웅의 호투와 전준우의 쐐기 홈런포에 힘입어 4대2로 승리, 위닝시리즈를 연출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당연히 박세웅이었다. 하지만 박세웅은 경기 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승리 소감을 묻는 질문에 "팀이 이기고 지고보다 상대팀 두 선수가 몸에 맞는 볼로 빠져 걱정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큰 부상이 아니고 빨리 그라운드에 복귀하기만을 바라는 마음 뿐이다"고만 말했다.
자신의 투구에 상대 선수가 다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1군에 데뷔한 2015년 15개, 지난해 6개의 사구를 허용했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은 선수는 없었다. 양의지가 손을 부여잡고 쓰러지자 박세웅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다음 타자 민병헌이 또다시 자신의 공에 손을 맞자 마운드에서 한동안 어쩔줄 몰라했다.
이날 경기 후 롯데 이윤원 단장과 조원우 감독은 각각 김태룡 단장과 김태형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세웅 역시 구단 관계자로부터 두 선수의 부상 상태가 가볍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는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경기 중에 일어난 일이고, 물론 고의성이 없는 사구였지만 박세웅으로서는 경기 결과는 다음에 생각할 일이었다. 당시 2사 만루 상황에서 조원우 감독은 박세웅을 다독이기 위해 마운드로 나갔다. 조 감독은 "일단 던지는데 집중하라"고 했다고 한다.
야구 경기에서 사구를 맞고 부상을 입는 것은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선수의 몸을 맞힐 경우 투수는 모자를 벗고 미안한 마음을 표시한다. 공에 맞은 선수 역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게 동업자 정신이다.
박세웅은 이날 시즌 9승을 따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야구를 하다보면 피하고 싶어도 피하기 힘든, 이런저런 일이 있기 마련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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