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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유희관은 알다가도 모를 투수다.
유희관이 특이한 점은 이 뿐이 아니다. 그는 등판 전 불펜피칭을 하지 않는다. '류현진(LA 다저스)도 그렇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류현진은 캐치볼 정도는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희관은 캐치볼도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는 "난 러닝만 하는 스타일이다. 아마 전세계에서 유일한 투수일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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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스태프는 7회를 마치고 교체하려고 했지만 본인이 계속 던지겠다는 의사가 강했다. 당시는 팀이 한화에 2연패를 하고 있던 때였다. 이날 경기까지 패한다면 스윕을 당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유희관의 역투가 더욱 빛났다.
승수는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못 올릴 수 있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점수를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닝 소화력은 팀 전체로 볼 때 투수가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선발이 이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불펜이 과부하가 걸리고, 이는 팀 스케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희관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784⅓이닝을 던져 4년간 최다 이닝 투수로 기록돼 있다.
게다가 유희관은 항상 밝은 모습의 분위기 메이커다. 입담이 좋아 팀 분위기가 어두울 때나 밝을 때나 주위 동료들을 웃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구단 프런트에서도 극찬하는 선수 중 한명이 바로 유희관이다. 또 후배들 잘챙기기로도 유명하다. 김명신이 강습타구에 맞았을 때도 다음날 선발 등판해 가장 먼저 김명신의 등번호를 모자에 새기고 투구를 했다. 취재진들이 본인을 인터뷰하려고 몰리면 "(난) 늘 똑같은데 (박)치국이 인터뷰가 낫지 않으세요" "(이)영하가 잘 던졌는데 인터뷰 하셔야 하지 않냐"고 되물을 정도로 후배 투수들을 챙긴다.
'제일 쓸데 없는 걱정이 두산 걱정'이라는 말, 이런 투수가 팀을 지키고 있어 나온 말이 아닐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