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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 '실력-입담-인성' 3박자 모두 갖춘 케이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7-06-13 01:08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두산 베어스 유희관은 알다가도 모를 투수다.

많이 알려졌듯 KBO리그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리그에서도 존재하기 힘든 유형의 투수다. 직구 구속은 130㎞를 못미친다. 변화구는 100㎞를 못미치게 던질 때도 있다. 우스개 소리로 견제할 때만 145㎞가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KBO리그 수준급 투수다.

퀄리티스타트는 팀내에서 더스틴 니퍼트(11번)에 이어 두번째(7번)로 많이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플러스는 니퍼트보다 더 많은 7번이다. 평균자책점 3.96에 벌써 6승을 거둔 선수다. 지난 해에는 15승(6패)으로 팀의 한국 시리즈 2연패에 큰 역할을 했다.

유희관이 특이한 점은 이 뿐이 아니다. 그는 등판 전 불펜피칭을 하지 않는다. '류현진(LA 다저스)도 그렇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류현진은 캐치볼 정도는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희관은 캐치볼도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는 "난 러닝만 하는 스타일이다. 아마 전세계에서 유일한 투수일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이닝 소화력은 괴물급이다. 이미 리그 내에서 투수중 가장 많은 이닝(86⅓이닝)을 소화한데다 시즌 내내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와 최다 이닝 소화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본인은 올해 200이닝을 던지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 시즌 200이닝은 웬만한 투수들도 쉽게 서보지 못한 고지다.

유희관이 이닝수를 목표로 잡은 것은 팀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성향 때문이다. 지난 1일 한화 이글스 전은 유희관의 이같은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그는 이날 7⅔이닝을 던져 6실점(5자책)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2회 교체될 수도 있었다. 2회 유희관은 이성열의 원바운드된 강습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맞아 마운드에 쓰러졌다. 하지만 곧 일어났고 2회를 마친 후 테이핑을 하고 이를 악물고 8회까지 던졌다.

코칭스태프는 7회를 마치고 교체하려고 했지만 본인이 계속 던지겠다는 의사가 강했다. 당시는 팀이 한화에 2연패를 하고 있던 때였다. 이날 경기까지 패한다면 스윕을 당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유희관의 역투가 더욱 빛났다.

승수는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못 올릴 수 있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점수를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닝 소화력은 팀 전체로 볼 때 투수가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선발이 이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불펜이 과부하가 걸리고, 이는 팀 스케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희관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784⅓이닝을 던져 4년간 최다 이닝 투수로 기록돼 있다.


게다가 유희관은 항상 밝은 모습의 분위기 메이커다. 입담이 좋아 팀 분위기가 어두울 때나 밝을 때나 주위 동료들을 웃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구단 프런트에서도 극찬하는 선수 중 한명이 바로 유희관이다. 또 후배들 잘챙기기로도 유명하다. 김명신이 강습타구에 맞았을 때도 다음날 선발 등판해 가장 먼저 김명신의 등번호를 모자에 새기고 투구를 했다. 취재진들이 본인을 인터뷰하려고 몰리면 "(난) 늘 똑같은데 (박)치국이 인터뷰가 낫지 않으세요" "(이)영하가 잘 던졌는데 인터뷰 하셔야 하지 않냐"고 되물을 정도로 후배 투수들을 챙긴다.

'제일 쓸데 없는 걱정이 두산 걱정'이라는 말, 이런 투수가 팀을 지키고 있어 나온 말이 아닐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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