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연예계를 통틀어 이름 앞에 '국민'이라는 칭호가 붙여진 최초의 스타는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다.
올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 이승엽은 앞서 "450홈런이 마지막 이정표가 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욕심 같아서는 500홈런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남은 시즌 50홈런을 추가할 수는 없다. 은퇴 결정을 번복한다면 모를까, 이승엽이 밟아온 홈런 행보의 마지막 이정표는 '450'이 될 가능성이 높고, 시즌 종료 시점에 찍힐 숫자는 아직 알 수 없다.
450홈런은 얼마나 위대할까. 이승엽은 통산 1811경기에 출전했다. 4.02경기마다 한 번씩 아치를 그린 셈이다. 또한 통산 6806타수를 쳤으니 15.12타수마다 홈런을 친 꼴이다. KBO리그 홈런왕 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종훈은 1950경기에서 340홈런을 날렸다. 5.74경기당 한 개의 홈런이다. 박병호는 868경기에서 210홈런, 4.13경기당 한 개씩 홈런을 쳤다.
미국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은 배리 본즈의 762개이며, 142년 역사상 450홈런 이상을 때린 선수는 38명이다. 현역 선수로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미구엘 카브레라(451개), LA 에인절스의 앨버트 푸홀스(596개) 2명 뿐이다. 푸홀스는 4.14경기당 한 개, 카브레라는 4.71경기마다 한 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82년 역사의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오 사다하루가 2831경기에서 때린 868개가 최다 기록이며, 450홈런 이상은 13명에 불과하다.
이승엽은 2004~2011년까지 일본에서 활약했다. 일본 통산 797경기에서 159개의 홈런을 날렸다. 5.01경기마다 홈런을 쳐 일본에서도 홈런왕의 기개를 한 껏 펼친 것이나 다름없다. 200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는 41홈런을 쳤고, 시즌 30홈런 이상도 세 차례 기록했다.
만일 이승엽이 일본에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있었다면 몇 개의 홈런을 쳤을까. 그의 한일 통산 홈런은 609개다. 어디까지나 산술적인 계산일 따름이지만, 609홈런은 충분히 넘겼을 것이다.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14년을 뛴 이승엽은 시즌 평균 126.5경기에 출전했다. 이 기간 4.02경기마다 1홈런씩 쳤다고 가정하면 251.7개가 나온다. 450홈런에 251홈런을 더하면 701홈런을 때린 셈이 된다.
이종범은 KIA 타이거즈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09년 당시 "만약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통산 몇 개의 도루를 했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 "98년 일본에 갈 당시 한 시즌 평균 60개를 했으니까 일본에 있던 3년 6개월을 계산하면 200개 이상을 했을 것이니 지금은 700개는 넘었을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이종범의 통산 도루는 510개다.
얼마 남지 않은 이승엽의 홈런 행보가 끝까지 흥미를 자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