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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한화는 11일 대전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게임에서 0-1로 뒤진 8회말 2사 만루에서 터진 7번 장민석의 2타점 좌전 적시타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한화 선발 알렉시 오간도는 8이닝 동안 4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4승째(2패)를 챙겼다. 오간도는 이날 3회까지 25개의 투구수, 6회까지 73개의 투구수를 기록할 정도로 빼어난 피칭이었다. 최고구속은 152km였다. 한화는 역전에 성공하자마자 9회초 마무리 정우람을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롯데 선발 박세웅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8회 세번째 투수 장시환이 만루를 허용했고, 1사만루에서 마운드를 이어바든 마무리 손승락은 장민석에서 역전 결승타를 내줬다.
한화로선 가슴을 쓸어내린 경기였다. 전체적인 양상은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롯데 선발 박세웅은 투구수는 6회까지 97개로 많았지만 안타를 2개만 내줬다. 위기에서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박세웅은 지난해 한화를 상대로 3전전패로 부진했지만 이날 승리로 한화전 3연패에서 벗어났다. 한화 선발 알렉시 오간도도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한화는 어이없이 폭투로 실점했다. 0-0으로 팽팽하던 7회초 2사 1,3루에서 롯데 8번 대타 김상호를 상대로 오간도가 볼카운트 투볼 투스트라이크에서 원바운드 볼을 던졌다. 헛스윙,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었지만 볼이 뒤로 빠졌다. 포수 차일목의 블로킹이 조금만 뒷받침됐어도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오간도는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고도 폭투로 실점하고 말았다.
말도 안되는 장면은 3회에도 있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의 허술한 베이스러닝이 도마에 올랐다. 로사리오는 0-0으로 팽팽하던 3회말 2사만루에서 유격수 땅볼을 때렸다. 강했지만 어렵지 않은 타구였다. 하지만 야구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른다. 롯데 유격수 김대륙이 쉽게 잡는 듯 하였으나 잡았다 놓쳤다. 한번이 아니라 두번을 더듬었다. 1루주자 정근우가 2루에서 세이프됐고, 3루주자는 홈에 안착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뒤늦게 볼을 잡은 김대륙은 타자 주자의 동선을 살핀뒤 포기하지 않고 1루로 황급하게 볼을 뿌렸다. 이미 1루 베이스를 지나치고도 남아야했을 로사리오는 아직도 달리는 중이었다. 당연히 아웃될 것으로 보고 초반에는 설렁 설렁 전력질주를 하지 않다가 막판에 스피드를 냈던 것이다.
첫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롯데 측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해 아웃으로 번복됐다. 한화는 선취점을 올릴 좋은 기회였지만 이를 놓쳤다. 만루였고, 타구는 다소 빨랐고, 내야수 정면이었다. 일반적으로 보면 유격수가 잡아서 2루에 토스하면 간단하게 아웃될 수 있는 상황이다. 타자 주자의 전력질주는 이런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행하는 일종의 의무다. 평범한 내야땅볼은 십중팔구 아웃이 되지만 그래도 타자들이 뛰는 이유다. 경기전 누구보다 열심히 타격훈련을 하고, 플레이에 대한 집중력이 좋은 로사리오지만 이날 플레이만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맥이 풀리는 장면은 경기후반에도 나왔다. 한화가 0-1로 뒤진 7회말 2사 1,2루에서 정근우가 우전안타를 때렸다. 2루주자 양성우는 롯데 우익수 손아섭이 볼을 잡았을 때 3루 베이스를 막 돈상태였다. 빠른 타구여서 양성우는 3루에서 멈췄다. 문제는 1루 대주자 박준혁이 2루를 돌아 3루로 가다가 다시 2루로 귀루하는 과정에서 태그아웃 당했다. 박준혁은 막 1군에 콜업된 경험부족한 야수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 역전에 성공했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