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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초 '황금연휴'를 맞아 야구장은 인파로 북적였다. 가족 단위 관중이 다수였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은 어린아이들을 비롯해 3대가 함께 온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긴 휴일을 가족들과 함께 취미 생활을 하며 보내는 것이다. 물론 프로야구 선수들과 관계자, 특히 감독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안한 부분은 야구 생각에 깊이 빠지거나, 바깥 일에 지쳐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할 때다. 특히 팀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 많을 때는 집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라고. 야구장에서 챙겨야 하는 일, 신경써야 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집에 돌아갔을 때는 제대로 된 대화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친 날이 많다.
김성근 감독은 "나는 경기에 지는 날 집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밥을 주면 먹고 그대로 잠이 든다. 지난번 인천 원정 경기가 끝난 후에도 많이 지쳤었는지,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고 눈 떠보니 집 앞이었다. 집에 올라가서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마시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지는 날에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도 '맛있다' 이런 이야기도 못해준다"면서 "미국이나 일본 감독들이 쓴 책을 읽어보면, 그 사람들은 절대 집에 야구를 들고가지 않는다고 하더라. 나는 그게 참 잘 안된다. 바깥 일에 따라 표정도 어둡고 말도 잘 하지 않을 때가 있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대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