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평생 야구 외길' 김성근 감독 "늘 가족들에게 미안하지"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5-08 08:10


김성근 감독. 스포츠조선DB

5월초 '황금연휴'를 맞아 야구장은 인파로 북적였다. 가족 단위 관중이 다수였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은 어린아이들을 비롯해 3대가 함께 온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긴 휴일을 가족들과 함께 취미 생활을 하며 보내는 것이다. 물론 프로야구 선수들과 관계자, 특히 감독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사령탑 중 최고령이다. 당연히 감독 경력도 가장 길다. 프로야구 감독은 1984년 OB 베어스부터였지만, 고교야구와 실업야구 감독을 했던 경력까지 포함하면 40년이 훌쩍 넘는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야구와 함께 보냈기 때문에 당연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적을 수밖에 없다. 또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후에는 가족들이 서울과 대전에서 '두 집 살림'을 모두 챙겨야 한다. 김성근 감독은 "가족들이 당번을 정해 대전에 내려와 반찬을 해주고, 내 식사와 생활을 챙긴다"면서 "가족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고 했다. 스프링캠프, 원정 경기 등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야 하는 프로야구 감독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안한 부분은 야구 생각에 깊이 빠지거나, 바깥 일에 지쳐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할 때다. 특히 팀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 많을 때는 집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라고. 야구장에서 챙겨야 하는 일, 신경써야 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집에 돌아갔을 때는 제대로 된 대화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친 날이 많다.

김성근 감독은 "나는 경기에 지는 날 집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밥을 주면 먹고 그대로 잠이 든다. 지난번 인천 원정 경기가 끝난 후에도 많이 지쳤었는지,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고 눈 떠보니 집 앞이었다. 집에 올라가서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마시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지는 날에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도 '맛있다' 이런 이야기도 못해준다"면서 "미국이나 일본 감독들이 쓴 책을 읽어보면, 그 사람들은 절대 집에 야구를 들고가지 않는다고 하더라. 나는 그게 참 잘 안된다. 바깥 일에 따라 표정도 어둡고 말도 잘 하지 않을 때가 있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도 감독 자리에 앉아있는 이상,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쉽게 지우기는 힘들다. 야구 고민이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김성근 감독은 "매일이 승부처다. 나중을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저 오늘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머릿속에 꽉찬 야구 생각을 들췄다.


대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