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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건들'의 반란, 외인들이 장악한 선발 판도 바뀌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7-05-07 07:09


KIA 타이거즈 임기영은 벌써 4승을 올리며 KBO리그의 대표적인 영건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제대로 된 선발 한 명 키우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닌 요즘, 도대체 몇 경기를 잘 던져야 진심으로 믿을 수 있을까.

KIA 타이거즈 임기영(24)은 2012년 2라운드 18순위로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는 무명에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2012년 1경기에 나갔지만 주로 2군서 던졌고, 2013~2014년 두 시즌 동안 40경기에 등판해 꽤나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2014년말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으로 바꿔 입은 직후 상무에 입대해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임기영은 올시즌 KIA의 주축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6일 부산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그는 7이닝을 7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4승째를 따냈다. 다승 공동 5위이며 평균자책점은 1.99로 낮춰 이 부문 5위로 뛰어올랐다. '깜짝 스타'라 해도 될 정도로 감춰뒀던 기량 발전이 눈부시다.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해 지금은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갔고, 지난달 18일 kt 위즈를 상대로는 생애 첫 완투이자 완봉승을 따내기도 했다. 사이드암스로인 임기영은 직구, 체인지업 위주의 볼배합에 커브와 슬라이더를 간간히 섞어던진다. 상무에서 체력과 구속을 늘린 게 이제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는 최근 5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던지며 이닝이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 역시 올해 기량이 급성장한 선발 유망주로 꼽힌다. 2015년 1차 지명 출신인 최원태는 지난해 1군에 데뷔해 17경기 가운데 11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경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장정석 감독은 지난해 가을 마무리 훈련 때부터 최원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선발감으로 점찍었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갖는 동안 6~7명에 이르는 4,5선발 후보들 가운데 최원태에게 가장 먼저 선발 자리를 맡겼다.

4선발로 시즌을 시작해 벌써 6경기를 소화했다. 주목할 것은 최근 5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투구했다는 점이다. 퀄리티스타트는 4번 기록했다. 경험이 적은데도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3승3패, 평균자책점 3.64도 수준급이지만, 투구이닝 42이닝(전체 8위)이 더 눈에 띈다. 공격적인 투구와 안정적인 제구력이 일품이다. 피홈런이 많은 편이지만,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나다.

2015년 1군에 데뷔해 지난 2년간 불펜투수로 던지다 올시즌 선발로 변신한 kt 위즈 고영표(26)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29일 LG 트윈스전에서 9이닝 6안타 무실점의 완봉승을 거두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승3패,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중인 고영표는 커브와 체인지업이 주무기로 화려한 볼배합을 자랑한다. 오른손 잠수함 스타일임에도 좌타자에도 강하다. 고영표의 경우 LG전 완봉승에 앞서 3연패를 당하고 있던 터라 아직은 기복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투구수 100개 이상을 무리없이 던질 수 있는 운영능력과 김진욱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감안하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기대된다.

풀타임 선발 2년째를 맞은 롯데 박세웅도 눈여겨봐야 할 '영건'이다. 2014년 1차지명 출신인 박세웅은 지난해 27경기에 선발 등판해 이미 이름을 널리 알린 상황. 그러나 올시즌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질적인 약점이던 초반 난조를 극복하고 6이닝 이상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직구 구속은 140㎞대 중후반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제구력도 안정적이다. 포크볼도 결정구로 위력을 발휘한다. 올시즌 6경기에서 4승2패, 평균자책점 2.23의 성적. 팀내에서는 에이스나 다름없는 활약상이다. 퀄리티스타트를 4차례 했으니 조원우 감독은 "선발로 충분히 믿을 수 있다"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토종 선발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며 걱정이 많은 KBO리그 관계자들은 올시즌 유망한 젊은 선발 투수들의 등장해 무척 고무돼 있다. 지난해 신인왕 넥센 신재영은 이번 시즌에도 제 몫을 하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영건들이 외국인 투수가 장악한 선발 판도에 향후 변화를 일으킬 지 주목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올시즌 풀타임 2년째를 맞아 더욱 안정된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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