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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공수주'를 가장 완벽하게 갖춘 선수로 꼽히는 아버지를 둔 1998년 생 고졸 루키 이정후. 야구 잘 하면 잘 하는대로, 못 하면 못 하는대로 관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운명'이다. 아들이 야구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는 늘 이게 걱정이었다. 휘문고 3학년 때인 지난해 6월, 넥센 히어로즈가 이정후를 2017년 신인 1차 지명을 하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24년의 간격을 두고 부자(父子)가 프로 1차 지명을 받았는데, KBO리그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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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이 위원은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아이가 운동하고 싶어다고 했을 때 솔직히 야구말고 다른 종목을 하길 바랐다. 야구선수가 되면 나와 끊임없이 비교될텐데, 엄청난 스트레스가 걱정됐다"고 했다.
이 위원은 현 시점에서 주목받는 게 기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지나친 관심이 야구에 집중해야할 루키선수에게 좋을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 위원은 "정후가 얼마전 '아빠, 인터뷰 그만 하면 안돼요'라고 하더라. 이제 갓 입단한 새내기인데 자꾸 언론에 나오니까, 선배들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직접 가르친 기억은 거의 없다. 프로선수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야구장 가면 감독, 코치가 야구 얘기만 할텐데, 밥상에서까지 야구 얘기하면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아서다. '특별한 유전자'를 물려받는 이정후는 아버지를 직간접적으로 보면서 많은 걸 배웠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대견하다. 이 위원은 "야구 시작해 한 번도 힘들다는 애기를 안 했다. 야구를 참 재미있어 한다. 중학교 땐 재능이 있다는 걸 못 느꼈는데, 휘문고 진학 후 열심히 하니까 두각을 나타내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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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고 해도 아버지 마음엔 걱정이 가득하다. 프로선수라면 다 안다. 잘 될 때가 있으면 내려 앉을 때가 있다는 걸. 또 기대에 미치지 못해 했을 때 차가운 시선을. 그렇다고 언젠가 닥칠 일은 미리 얘기해줄 필요는 없다.
이 위원은 요즘 자신의 신인 때 경험을 얘기해주면서 조언을 해준다. 그는 "'야구가 좀 된다고 나서지 마라. 너 혼자 잘해서 잘 풀리는 건 없다. 여러사람이 도와준 덕이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특히 실력보다 인성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야구는 몸으로 반응하는 거라 열심히 하면 되지만. 인성은 주위에서 말을 해줘야 한다. 프로선수가 본분을 망각하고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는데, 먼저 인성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후는 아직 승용차가 없다. 운동장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거나, 어머니가 승용차로 데려다 준다고 했다. 이 위원은 해태 입단 계약금을 받아 아버지 승용차 사드리고, 본인은 버스타고 다녔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