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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이 시즌 초반부터 선수단 운영을 놓고 충돌중이다. 3일에 이어 4일에도 구단 안팎 후폭풍이 대단했다. 4일 대전야구장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의 홈개막전을 앞두고 3루 덕아웃(한화쪽)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감독과 박 단장은 2군 투수 서너명의 1군 선수단 합류여부를 놓고 의견충돌을 빚고 있다. 권 혁의 허리부상이 길어지면서 김 감독이 2군 투수 4명을 대전야구장의 1군 선수단에 보내줄 것을 요청하자 박 단장이 반대했다. 구단은 김 감독 부임 이후 지난 2년간 2군 선수들의 잦은 1군 차출(훈련차)을 2군 선수단 운영에 걸림돌이 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김 감독은 "1군 선수단 강화를 위한 일인데 구단이 무조건 반대를 하고 있다. 필요선수만 쓰고, 나머지는 2군 경기에 던져야 한다면 즉각 보내줄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구단의 반대 속에 한화는 1군과 2군의 움직임은 멈춘 상태다. 프런트와 현장의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간단히 볼 상황은 아니다. 구단은 이번 사건을 2군 시스템 정비 차원으로 파악하고 있고, 감독은 1군 전력보강에 반하는 일이라고 발끈하고 있다. 이미 양쪽은 감정의 골이 깊다. 2군 코칭스태프 인선과 몇몇 코치를 경질 시키는 과정에서 김 감독과 박 단장은 감정싸움을 했다. 선수 영입 과정에서도 서로간 의견교환은 없었다. 최근에는 교류조차 전무하다. 김 감독은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박 단장 역시 예의는 차리지만 최근 들어선 단호한 말을 내뱉는다. 이날 경기전에도 김 감독은 취재진을 상대로 불편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 선수들은 흔들림이 거의 없는 모습이다. 구단 내부의 홍역을 보고 선수들이 긴장감을 느낀 나머지 똘똘 뭉친 것인지,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던 롯데에게 개막 시리즈에서 1승2패를 당한 NC의 기운이 떨어진 지는 명확치 않다. 분명한 것은 스프링캠프에서도 이런 저런 사안으로 김 감독과 박 단장이 부딪혔지만 선수들의 훈련집중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수뇌부의 충돌은 쉽게 봉합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화는 지난해 4월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선발은 안정되고, 타선도 백업멤버들이 힘을 불어넣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