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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의 실망스러운 투구. 결국 정답은 오승환(36·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일까.
투수진이 이스라엘 타선에 허용한 볼넷은 10이닝 동안 9개. 내용을 뜯어보면 더 실망스럽다. 그동안 한 차례도 흔들리지 않았던 선발 장원준도 '퍼펙트'로 막아낸 1회초와 달리, 2회초 볼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며 무너졌다. 밀어내기 볼넷으로 첫 실점을 하면서 끌려가는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등판한 심창민 차우찬 원종현 이현승 임창민까지. 불펜진이 전체적으로 제구 난조를 겪었다. 패전투수가 된 임창용도 나이와 기간을 고려하면, 아직 몸 컨디션이 최고치로 올라왔다고 볼 수 없다.
돋보이는 투수는 오승환 한명 뿐이었다. 소속팀에서 시범경기 한차례 등판을 소화하고 대표팀에 합류한 오승환은 이날 대표팀에서 가장 '시원한 투구'를 보여줬다.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로 카운트를 빠르게 잡아 나갔다. 구속도 150㎞에 육박했다. 8회 만루 위기를 삼진으로 넘긴 것을 시작으로 9회 선두타자를 내보내고도 스스로 불을 껐다. 메이저리거다운 투구였다. 관중석에서는 오승환의 투구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현재 컨디션만 놓고 보면, 오승환까지 없었다면 대표팀은 더욱 아찔한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이대은이 연습경기에서 계속 부진한 모습만 보인 가운데,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제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는 그래도 오승환이다.
이스라엘전 패배가 씁쓸하지만, 대표팀은 오승환의 존재감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지금은 대표팀 발탁에 대한 비난 여론도 잠시 미뤄둘 수밖에 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