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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희관(두산 베어스)의 이름이 생각날까.
언뜻 보기에는 우규민의 활약, 이대은의 부진으로 3선발 문제는 쉽게 정리되는 줄 알았다. 우규민은 호주전에 선발로 등판해 4이닝 동안 65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 투구를 했다. 이대은은 피홈런 1개 포함, 2실점 했다. 우규민의 경우 지난달 2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연습경기에도 선발로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었다. 이대은은 호주전 포함 3경기 연속 실점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호주전 후 우규민의 제구를 언급했다. 김 감독은 "우규민도 만족할만한 피칭은 아니었다. 스트라이크를 초반 못잡아 투구수가 많아졌다. 우규민은 제구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 그래야 선발로 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주자가 없음에도, 초구나 2구째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격적인 투구를 하지 못해 투구수가 늘어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김 감독은 이대은에 대해서도 "공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결정구가 부족하고,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상대 입장에서 치기 좋은 코스에 공이 몰린다. 그래서 난타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구력 부족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여기서 생각나는 투수가 유희관이다. 유희관은 2013년 10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2승-18승-15승을 기록하며 한국 최고 좌완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었다. 늘 최종 후보로 거론만 됐지 끝내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번 WBC도 마찬가지. 결국 130km 중반대의 직구 스피드가 발목을 잡았다. 이 스피드로 국제대회에서 통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 상황을 놓고 보면, 공이 아무리 빠르고 잘 휘어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으면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유희관은 제구력에는 이제 이견을 달 사람이 없다. 또 매우 공격적이다. 선발로서 투구수를 줄이기 적격인 스타일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의 느린 공에 서구권 타자들이 더 고전할 수 있다. 마이너리그들이 주축인 호주 타자들이 우규민의 춤추는 변화구에 맥을 못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희관을 뽑는다면 선발진이 좌투수밖에 없다고 해도 이는 약점이 안된다. 어차피 같은 팀과 연전을 치르지 않는다. 좌-우 가리지 않고 잘던지는 선수가 나가는 게 맞다. 만약 김광현(SK 와이번스)이 아프지 않고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좌투수라고 안뽑는 일이 생겼을까.
선수 선발은 코칭스태프 고유 권한이다. 이제 대회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가운데, 현재 짜여진 멤버로 최상의 전력을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선발 후보의 제구 부족 얘기가 나오니 유희관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