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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선발의 제구력 문제...왜 유희관이 생각날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3-01 05:52


두산 베어스의 2017 스프링캠프가 8일 오전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열렸다. 유희관이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시드니(호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2.08.

왜 유희관(두산 베어스)의 이름이 생각날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쿠바-호주 WBC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모두 마쳤다. 이제 WBC 서울 라운드 공식 일정을 1일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6일, 대망의 이스라엘전을 시작으로 또 한 번의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이스라엘전까지 남은 5일의 기간 동안 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 중 아직도 확실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3선발 문제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28일 호주전 승리로 평가전 3전 전승을 기록했음에도 "결국은 투수가 걱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 중에서도 3선발 문제를 가장 많이 거론했다. 김 감독은 "양현종(KIA 타이거즈) 장원준(두산 베어스)까지는 확정이다. 3선발은 우규민(삼성 라이온즈) 이대은(경찰)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데 더 고민을 해보겠다"며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언뜻 보기에는 우규민의 활약, 이대은의 부진으로 3선발 문제는 쉽게 정리되는 줄 알았다. 우규민은 호주전에 선발로 등판해 4이닝 동안 65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 투구를 했다. 이대은은 피홈런 1개 포함, 2실점 했다. 우규민의 경우 지난달 2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연습경기에도 선발로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었다. 이대은은 호주전 포함 3경기 연속 실점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호주전 후 우규민의 제구를 언급했다. 김 감독은 "우규민도 만족할만한 피칭은 아니었다. 스트라이크를 초반 못잡아 투구수가 많아졌다. 우규민은 제구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 그래야 선발로 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주자가 없음에도, 초구나 2구째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격적인 투구를 하지 못해 투구수가 늘어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김 감독은 이대은에 대해서도 "공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결정구가 부족하고,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상대 입장에서 치기 좋은 코스에 공이 몰린다. 그래서 난타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구력 부족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WBC는 투수들의 투구수 제한이 있기에 선발 투수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제구라고 김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가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부터 강조해왔다. 그런 입장에서 현재 이대은의 페이스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제구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우규민인데 아무래도 국제대회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스타일상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기 보다는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상대를 꾀는 스타일이기에 투구수가 많아진다. 또, 코칭스태프는 이대은을 선발로 보고 뽑으며 우규민을 롱릴리프 요원으로 생각했다. 때문에 선발로서의 믿음이 아직 100%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생각나는 투수가 유희관이다. 유희관은 2013년 10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2승-18승-15승을 기록하며 한국 최고 좌완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었다. 늘 최종 후보로 거론만 됐지 끝내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번 WBC도 마찬가지. 결국 130km 중반대의 직구 스피드가 발목을 잡았다. 이 스피드로 국제대회에서 통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 상황을 놓고 보면, 공이 아무리 빠르고 잘 휘어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으면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유희관은 제구력에는 이제 이견을 달 사람이 없다. 또 매우 공격적이다. 선발로서 투구수를 줄이기 적격인 스타일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의 느린 공에 서구권 타자들이 더 고전할 수 있다. 마이너리그들이 주축인 호주 타자들이 우규민의 춤추는 변화구에 맥을 못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희관을 뽑는다면 선발진이 좌투수밖에 없다고 해도 이는 약점이 안된다. 어차피 같은 팀과 연전을 치르지 않는다. 좌-우 가리지 않고 잘던지는 선수가 나가는 게 맞다. 만약 김광현(SK 와이번스)이 아프지 않고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좌투수라고 안뽑는 일이 생겼을까.

선수 선발은 코칭스태프 고유 권한이다. 이제 대회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가운데, 현재 짜여진 멤버로 최상의 전력을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선발 후보의 제구 부족 얘기가 나오니 유희관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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