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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게 국가적 책무를 맡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다.
횡단보도를 앞에 두고 물을 사기 위해 정차했는데 조수석에 앉은 지인이 문을 여는 순간 옆을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문에 부딪혔다. 다행히 오토바이 운전자와 지인 모두 별다른 부상이 없었다. 그러나 오키나와 경찰은 쌍방 과실로 사건을 처리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임창용은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운전자 과실이 포함되기 때문에 검찰의 처분에 따라 벌금을 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결정은 빠르면 22일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는 일이라 임창용은 23일 대표팀 귀국 비행기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더구나 임창용은 일본 면허증 갱신 기간이 지난 상황에서 운전대를 잡아 이 또한 검찰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간단히 말해 면허가 없는 상황에서 운전을 한 것이다.
부상자도 없고 음주 운전 등 심각한 과실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다. 대표팀은 이 문제가 확대 해석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시점과 장소, 상황이 중요하다. 임창용은 그날 훈련을 마친 뒤 개인적인 용무가 있다며 대표팀 숙소를 떠났다. 외출을 허가받은 것이다. 대표팀 선수단에 대해 외출, 외박에 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하지만 외출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 대표팀 품위 손상에 대해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일정 수준의 징계를 가할 수 있다. KBO는 이번 사안에 대해 "검찰의 결정이 나오면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WBC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메이저리거는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밖에 없다. 추신수 강정호 김현수 박병호 등 대표팀 단골 멤버들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대표팀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타선은 그렇다 치고 마운드는 1라운드 통과를 확신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다. 가뜩이나 전력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이런 사고가 터졌으니 대표팀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임창용은 프로야구를 대표하고 모범이 돼야 할 최고참이다. 신중했어야 한다. 김인식 감독은 이 문제에 대해 "훈련 기간 동안 부상이나 사고가 없어야 하는데 감독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오키나와=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