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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의 진정한 실험실은 화성이다.
고형욱 신임 단장도 선수 출신이다. 2009년부터 구단 스카우트로 유망주 발굴 능력을 보여준 인물이다. 대외적 활동을 맡은 최첫 신임 대표이사 역시 현대 유니콘스와 히어로즈 창단 멤버로 속사정을 모두 알고 있다. 새 대표이사와 단장, 감독 모두 내부 상황을 누구보다 꿰고 있는 인물로 채웠다. 모기업에 좌우되는 다른 구단들과 달리, 넥센이라 할 수 있는 결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넥센의 진정한 실험실은 2군인 화성 히어로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넥센은 2군 주요 보직에 외국인을 선임했다.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전 메이저리거 쉐인 스펜서가 2군과 육성군의 전체를 총괄하는 필드 코디네이터로 부임했고, 선수 시절 넥센과 인연을 맺은 브랜든 나이트는 2군과 육성군 투수 파트를 맡은 투수코디네이터가 됐다.
시즌 초에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듯했다. 넥센 2군은 연패를 거듭했다. 2군 성적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실제로 타팀 2군 한 관계자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보이던데 정말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스펜서 감독도 초반 흔들렸던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게 연패를 많이 하고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것은 내 야구 인생에 있어서도 첫 경험"이었다고 돌아본 스펜서 감독은 당시를 '시행착오'로 봤다.
선수들에 대해 많은 정보를 습득해도, 직접 부딪히면 또 다른 부분들이 보인다. 서로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스펜서 감독은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내 예상보다 소요된 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응기를 거치니 한결 수월해졌다. 실제로 넥센 2군은 시즌 중반 이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비록 2군 북부리그 최하위(28승9무59패)로 시즌을 마쳤으나 초반에 비해 승수도 많이 쌓았다.
스펜서 감독은 "이제는 선수들의 성향과 성격을 세세히 파악했다. 굉장히 소득이 많은 첫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 새 시즌에는 더 많은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넥센 2군 선수들이 대부분 매우 어려서 배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부분들을 성실히 소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구단은 모험과 결단 속에서 성장한다. 넥센의 육성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실험실인 2군은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착실히 발전하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