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눈에 좋지 않을까봐…."
kt 위즈의 2017 시즌 신년 결의식이 열린 2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많은 행사가 준비된 가운데, 눈에 띄는 순서가 있었다. 유태열 신임 사장이 팀 주장 박경수에게 태블릿 PC를 선물로 주는 순서였다. 주장이기 때문에 특별 선물을 준 것일까. 행사 사회자는 선수단에 "여러분 모두에게 드린다.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얘기했다.
이례적으로 1, 2군 선수들 모두에게 고가의 태블릿 PC를 선물한 kt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kt는 지난 시즌부터 PIP(Player Innovation Platform : 선수 코칭&예측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쉽게 표현하면 선수 전용 어플리케이션이다. 이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선수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타격 영상, 상대 전력 분석 내용 등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kt라 만들 수 있는 작품이었다. 선수들 사이에 반응도 좋았다. 컨디션이 좋았을 때의 타격폼이나 투구폼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슬럼프 탈출 등에 도움이 됐다.
김진욱 신임 감독도 이 시스템을 마다할 리 없었다. 그런데 걱정이 있었다. 많이 커졌지만, 아직은 눈을 부릅 뜨고 봐야하는 스마트폰 때문에 선수들의 눈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내용이었다. 야구 선수, 특히 타자들에게 눈은 생명이다. 공을 제대로 봐야, 정확히 때릴 수 있다. 그런데 어두운 곳(버스 이동 등)에서 장시간 스마트폰을 볼 경우 시력이 저하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김 감독이 임종택 단장에게 건의를 했다. 큰 화면으로 편하게 PIP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태블릿 PC를 선수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임 단장은 고민 없이 흔쾌히 OK 사인을 내렸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번에 지급된 태블릿PC는 최신형으로 1대 약 50만원이나 된다. 100대면 5000만원이다. 임 단장은 이에 대해 "올해 우리 기조가 인성, 근성, 육성이지 않나. 이 또한 육성을 위한 투자다. 선수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투자는 적극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신임 감독으로서 앞으로도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할 예정이다. 시즌을 앞두고, 구단에 새로운 연봉 고과 시스템 구축을 부탁할 예정이다. 도루로 예를 들면, 팀이 크게 지고 있을 때 한 도루와 1~2점차 승부에서 나오는 도루는 엄연히 가치가 다르다. 전자의 경우 한 도루들이 많은 선수가, 자신이 도루가 많다고 연봉을 올려달라고 하면 선수에게 제대로 된 분석이 있는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이 이를 납득하면 중요한 순간 더 집중력을 갖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선수 활약을 정밀 체크 하려면 인력, 시스템 구축에 돈이 들 수 있다. 임 단장은 이 얘기를 전해들은 후 "결국 이도 선수 육성 과정 아니겠나. 감독님께서 원하시면 무조건 OK"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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