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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를 떠난 후 2년이 흘렀지만, 선동열 전 감독은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수 없는 야구인이다. 운동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보' 수식어를 얻은 최고 스타 출신 지도자. 프로야구 현장에서 비켜서 있지만, 선 전 감독은 한국야구의 자산이다.
지난 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만난 선 전 감독은 지난 2년간 많은 걸 느꼈다고 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그런지, 건강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저도 그런 얘기가 왜 나오는 지 알고 있습니다. 잘 했던 선수는 비주전 선수, 2군 선수 마음을 잘 몰라요. 지도자가 돼서도 못하는 선수들보고 '너희는 왜 안 돼냐' 이렇게 말 할 수 있어요. 바람직한 지도자가 아니죠. 선수 은퇴 후 주니치 2군에서 코치 연수를 했고, 주니치 입단 첫해에 부진해 2군으로 떨어졌잖아요. 그 때 많은 경험을 했어요. 솔직히 한국에선 그런 경험을 못 했어요. 좌절도 겪어보고 2군 코치 연수 하면서, 어려운 친구들에게 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잘 했을 때는 선수에게 어드바이스 할 게 없어요. 잘 하는 선수는 내버려두면 됩니다. 어려운 선수에게 따뜻한 말을 할 수 있어야 좋은 지도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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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감독님, 김인식 감독님같은 1세대 지도자들에겐 구단이 현장에 모든 권한을 줬어요. 지금 우리는 미국식 프런트 야구를 따라가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전환기라고 봐야겠죠. 감독이 젊어지고, 구단과 소통이 가능한 지도자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이런 분위기가 나쁘다는 생각은 안 해요. 다만, 감독을 선임하면 현장쪽 일은 믿음을 갖고 맡겨줬으면 해요. 물론, 구단과 의견 교환을 많이 해야겠죠. 야구인 출신들이 구단에서 많이 일하고 있는데,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감독 경력을 돌아보면, 성공한 지도자라고 봐야하나요.
삼성에서 우승을 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야구인 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삼성에서 6년, KIA에서 3년, 총 9년간 팀을 지휘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이 뭐죠.
삼성에서 회장님(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모시고 수석코치하다가, 감독맡아 성적도 내고 그랬죠. 4년 계약이 남았는데 그만두게됐고요. 고향팀 KIA 가서 좋은 성적을 못 낸 게 가장 아쉬워요. 물론, 성적이 안 나면 당연히 물러나야지요.
-KIA와 2014년 말 2년 재계약을 하고도 내야수 안치홍의 군대 문제가 불거져 떠나게 됐습니다.
오해가 있어요. 김선빈의 군 입대가 결정된 상황에서, 구단에서 저한테 치홍이 좀 말려달라고 부탁했어요. 치홍이한테 '너까지 가면 안 그래도 어려운 팀이 더 어려워 진다, 나중에 가면 안 되겠냐'고 했죠. '구단에서 못 가게 하면 어떻게 할래' 그랬더니, 치홍이가 '그래도 가야죠' 해서, '그러면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치홍이 생각이 확고했어요. 2년 재계약 후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 하나 고민이 컸는데, 치홍이 문제가 잘 못 전해지고, 팬사이에서 안 좋은 얘기가 나와, 물러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감독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지요. 언제 프로야구 감독으로 복귀합니까.
불러주는 팀이 있으면 가야죠.(웃음) 그동안 우리 야구 흐름을 많이 봤어요. 일본에 가서 지인들을 만나 야구 얘기 많이 했고요. 일본도 많이 바뀌었더군요. 예전에는 많이 던지게 했는데, 요즘엔 시간제로 던지게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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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계속될 것 같아요. 현 상황에서 '타고투저'를 완화시키려면, 스트라이크존을 넓히는 수 밖에 없어요. 일본 스트라이크존이 좁다고 하는데, 일본보다 더 좁아요. 일본은 좌우가 좁아도 위아래, 상하폭은 크거든요. 우리는 좌우, 위아래 모두 좁아요. 지금보다 스트라이크존을 공 1개, 아니 1개 반 정도, 넓혀야 합니다. 마운드 높이를 올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마운드가 높아지면 투수쪽이 확실히 유리해요. 투구 각도가 타자들에게 영향을 주거든요.
-많은 야구인들이 이전처럼 뛰어난 투수가 안 나온다고 걱정합니다. 자원이 부족한 건가요, 아니면 육성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유소년, 초중고야구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제가 야구할 때는 추우면 기술 훈련 안 하고 체력훈련만 했어요. 요즘 보면 어렸을 때 체력 훈련은 거의 안 하고 기술에만 신경써요. 집을 지을 때 기초공사가 중요한 것처럼, 투수는 하체가 충실해야 합니다. 투구의 기초가 되는 하체가 튼튼해야 부상도 적어요. 우리 때는 공 안 던지면 체력훈련에 집중했어요. 추우면 캐치볼 정도만 했죠. 나중에 비닐하우스가 생겨 공을 던지는 정도였죠. 또 어린 선수들이 자립심이 약한 것 같아요. 집에서 외동아들로 귀하게 자라다보니, 힘든 일은 안하려고 해요. 감독이 소신있게 훈련을 시키지 못하는 것도 있고요. 학부모가 내는 회비로 월급을 받다보니 그런거죠. .
-대다수 스타 선수가 등 떠밀려 선수 생활을 끝내는데, 거의 최초로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더 할 수 있었지만 은퇴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선배들을 보고 저렇게 은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좋을 때 은퇴하고 싶었고요. 재계약을 했다고 해도, 가장 좋았을 때 모습을 보여주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승엽이 이번 시즌 후 은퇴하겠다고 하는데, 대단한 선수입니다. 자기관리 잘 하면서도, 일본에서도 잘 했고. 후배들의 우상, 롤모델이 되는 선수입니다.
-이승엽이 삼성에 복귀하고 싶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나요.
그때는 삼성이 세대교체를 해야하는 시기였어요. 감독으로서 좋은 선수가 온다는 데 마다할 이유가 있나요. 그런데 당시 구단에선 젊은 위주로 가달라는, 그런 요청이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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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배에게 많이 미안해요. 구단이 못하는 악역을 제가 맡았으니까요. 안타깝죠. 선수들은 끝까지 하고 싶어했지만, 구단 생각은 달랐어요. 감독 입장에서 그럴 때 많이 힘들어요.
-양현종 차우찬이 해외진출을 노리다가 국내 잔류를 결정했습니다. 현실적인 면을 많이 생각한 결과겠죠. 도전과 안정, 어느쪽에 무게를 둬야할까요.
본인 뜻을 존중해야겠지요. 선수가 얼마나 해외에서 뛰고싶은가가 중요해요.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증명하고 싶다면, 도전해볼만 해요. 일본이나 메이저리그가 우리보다 한단계 위에 있으니까요. 해외에 가면 가장 중요한 게 문화 차이입니다. 야구보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또 국내에선 실수를 해도 선후배들이 감싸주는데, 해외에 가면 얘기할 사람이 없어요.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