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겁니다."
LG 트윈스 2루수 손주인에게 지나간 2016년, 그리고 다가온 2017년은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야구 인생 큰 위기를 맞이했다. 2013년부터 LG에서 주전 2루수로 자리잡으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지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양상문 감독이 정주현이라는 유망주를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고, 베테랑의 마음에는 큰 상처가 났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고 2군에서 이를 악물고 준비를 했고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주현의 부진을 틈타 다시 2루 자리를 꿰차 122경기 114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3할2푼2리를 기록했다. 규정타석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생애 처음 한 시즌 100안타 기록을 작성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2루 수비에 하위타선 타격 첨병 역할까지 하니 LG 전력이 훨씬 좋아졌다. 그렇게 손주인은 팀의 기적과 같은 4강 진출에 공헌했다.
그래서 2017년 시작부터 의미있는 보상을 받았다. 지난해 1억2000만원이던 연봉이 8000만원이 올라 생애 첫 2억원 연봉을 받게된 것이다. 아직 구단이 연봉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손주인은 이에 대해 "큰 의미가 있나"라고 말하며 쑥스러워했다.
고참 선수 입장에서 빼았길 뻔 했던 자리를 다시 되찾았고, 고액 연봉자도 됐기에 마음이 풀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손주인은 더 독하게 마음을 먹기로 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후, 한 시즌도 예외 없이 이어져왔던 경쟁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FA(자유계약선수) 이적을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떠난 우규민의 보상선수로 최재원을 선택했다. LG는 최재원을 내야수로 쓸 예정. 양 감독은 최재원 활용에 대해 "주포지션이 3루라 루이스 히메네스 백업도 가능하지만, 2루로도 점검을 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안정적인 수비력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손주인의 방망이를, 최재원의 좋은 타격으로 메운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지난해 정주현을 먼저 주전 2루수로 낙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물론 양 감독이 지난해 타격에서 큰 발전을 보인 손주인을 당장 다른 선수로 대체할 리는 없겠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손주인은 이에 대해 "지난해 성적이 조금 좋아졌다고, 경쟁 없이 내가 야구를 편하게 할 거라 생각한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프로 선수라면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실력으로 내 자신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 선수가 누구인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팀 동료다. 서로 발전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다만, 건강한 경쟁을 통해 절대 내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주인은 미국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절친한 동갑내기 이병규와 함께 자비를 들여 일본 미야자키로 개인 훈련을 떠난다. 스프링캠프 개막이 늦어져 시작부터 강훈련이 예정돼있어, 일찍 몸을 만들어 스프링캠프를 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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