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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논란 역발상, 대표팀 탈락 오히려 좋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1-04 23:00



참 풀기 힘든 문제, 역으로 생각해보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구성을 놓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선수는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4일 기술위원회 후 오승환 발탁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김 감독이 최종 결정을 유보하며 한동안 더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 감독은 이날 기술위원회 결과 발표에서도 오승환을 뽑고 싶다는 의견을 여러차례 피력했다. 김광현(SK 와이번스) 이탈로 생긴 투수 엔트리 빈 자리도 당장 채우지 않았다. 다만, 오승환 발탁에 반대하는 팬들의 여론을 크게 신경쓰는 분위기였다.

어려운 문제다. 발탁 찬성파, 반대파 모두 그들만의 합당한 논거가 있다. 찬성파는 같은 해외 원정 도박죄가 있는 임창용(KIA 타이거즈)이 뽑혔는데, 오승환은 왜 안되느냐는 주장이다. 두 사람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고 벌금을 냈다. 물론, 임창용은 KBO리그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했고, 미국에서 뛰는 오승환은 복귀시 징계를 받는 것이기에 그 징계를 아직 소화하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다. 반대파는 아직 징계가 남아있는 선수가 명예로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얘기한다. 그러면 찬성파는 오승환이 징계를 받기 싫어서가 아니라, 받을 수가 없기에 추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 징계를 받으면 된다고 한다. 국가대표팀에 헌신했다고 그 징계를 없애주거나 하는 일만 없다면, 오히려 대표팀 참가를 통해 사죄를 하면 된다고 본다. 그러면 반대파는 향후 부정적 사건에 휘말린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통해 이미지 세탁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야구팬 여론조사도 찬반이 거의 50대50으로 팽팽하다. 스포츠조선이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 설문을 한 결과도 정확히 5대5로 갈렸다. 차라리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이 시점에서 오승환 발탁에 대한 역발상을 시도해볼 수 있다. 만약, 오승환이 대표팀에 뽑힌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그게 오승환에게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오승환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임에도 불구하고 팀 마무리 자리를 꿰차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만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2년 계약이 종료되고 다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대박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이 입장에서 냉정히 보면, 오승환 개인으로서는 오히려 대표팀 탈락이 더 좋다. 팀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안정적으로 시즌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WBC에서 전력 투구로 힘을 뺐다가 시즌 초반 난조를 보일 수 있다. 개인 컨디션 뿐 아니라 마무리 보직 확정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직은 2년차이기에 팀 내 입지가 아주 확고하다고 할 수 없고, 기존 마무리였던 트레버 로젠탈이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는 가운데 스프링캠프에서 장시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손해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도 팀 내 입지 문제로 인해 김인식 감독에게 걱정의 표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도 이같은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오승환은 이런 가운데, 에이전트를 통해 대표팀에 발탁만 된다면 최선을 다해 불명예를 씻고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김 감독이 전했다. 스프링캠프 중도 이탈이 시즌 실패로 무조건 연결되는 것은 아니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분명하다. 개인의 야구 인생이지만, 어찌됐든 오승환의 대표팀 합류는 그에게 큰 부담일 수 있다. 죄를 지었기에, 부담을 느끼라는 잔인한 얘기가 아니다. 이런 부분도 있으니 앞으로의 찬반 논쟁에서 이런 점을 고려하면,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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