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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밥상인터뷰②] 차우찬 "투수 최고액 타이틀, 솔직히 부끄럽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1-01 16:30 | 최종수정 2017-01-02 20:59


차우찬은 "아직 'LG 트윈스의 차우찬입니다'라는 인사가 어색하고 쑥스럽다"고 했다.
삼성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2.28/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장해제'가 된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들과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야구장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깊은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밥상인터뷰] 세번째 손님은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트리며 LG 트윈스로 이적한 차우찬(30)이다. 이번 겨울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은 그는 4년 총액 95억원으로 역대 투수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대형계약으로 탄탄대로가 보장됐지만, 마음고생도 크다. 10년 동안 뛰었던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게 돼서 아쉬워하는 팬들의 목소리 그리고 액수에만 초점을 맞춰 비난하는 목소리. 애써 모르는 척도 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그때마다 차우찬은 '내가 잘하는 수밖에 없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아직 줄무늬 유니폼과 유광점퍼, "LG 트윈스 차우찬입니다"라는 인사가 어색한 남자. 어수선한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서, 빨리 1년 후가 됐으면 좋겠다는 선수. 차우찬과 삼성동의 한식 전문점에서 만났다. 절친한 친구가 좋아하는 식당이라 선택했다는 그는 "요즘 살이 쪄서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해외 진출? "안간 게 아니라 못간 것"

-해외 진출은 왜 안 했나.


안간 게 아니라 못 간 거다(웃음).

-구체적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얼마나 있었나.

솔직히 시즌 초만 해도 '무조건 가야겠다'는 마음이 컷었다. 그런데 FA가 되고, 협상을 하면서 에이전트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선이 있었는데 너무 안 나왔다. 그때 (오)승환이형이나 (강)정호나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뭐라고 하던가.

승환이형은 미국과 일본 다 뛰어봤으니까. 엄청 반대하더라. "그런 조건으로는 갈 이유가 없다. 한국에 있는 게 훨씬 낫다"고 했다. 그런 조언이 크게 와 닿았다. 뛰고 있는 사람들의 조언 아닌가. 나는 모르는 상태에서 도전하는 것이고.

-오승환은 미국과 일본을 비교해서 뭐라고 하던가. 해외 진출에는 적극 찬성인가.

나중에 외국에 와서 뛰어보면 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줬다. 일본은 생활하기는 편한데, 야구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일본 선수들의 스타일이나 한국 선수를 대하는 게 힘들다고. 계속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는 것 같더라. 반면 미국은 생활이 재미없고, 외롭고 할지는 몰라도 야구하는 것은 편하고 재미있다고 했다.

-두루 경험을 거친 형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겠다.

좋다. 또 허투루 말하는 선배가 아니라서. 근데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말 안 해주는 스타일이다.(웃음) 쓸데없는 이야기 잘 안 한다. "네 인생인데 내가 왜 끼어드냐"고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나가고 싶나.

나가고 싶다. 젊을 때 나가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현실적으로는 맞는데, 이런 조건으로 가면 의미가 없는 것 같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번엔 깔끔하게 포기했다.

-김현수, 강정호 등 친한 친구들이 미국에서 뛰니까 더 열망이 생길 것 같다.

다들 반대를 많이 했다. 내 조건을 듣더니 무조건 후회한다고 오지 말라고 하더라. 나 혼자 상상한 것과 현실은 다르더라. 친구들의 말이 도움이 많이 됐다.

-2015년 '프리미어 12' 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많이 궁금해했다.

그런데 왜 나를 안 데려갔나.(웃음) 4년간 LG에서 열심히 하겠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을 때 해외 진출 이야기는 다시 해보는 걸로.(웃음)

◇안녕하세요. LG 트윈스 차우찬입니다.

-WBC 대표팀 소집으로 LG에서의 첫 스프링캠프를 함께하지 못한다.

이적 첫 해인데 캠프를 못 가게 돼서 아쉽다. 아직 선수들도 잘 모르는데…. 팀 적응을 빨리할 수 있겠지만, 여러모로 걱정은 된다.

-LG에 친분 있는 선수들이 있나.

선후배다 보니 오다가다 인사는 하고 지냈는데, 아주 가까운 선수는 아직 없다. 내가 먼저 다가가면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임)찬규나 (윤)지웅이는 평소에도 연락을 한 번씩 했던 동생들이라 괜찮을 것 같다. 박용택 선배께는 전화를 드렸다. (봉)중근이형도 계약 안 하고 있어서 전화 안 했다가(웃음) 기사 난 날 전화 드렸더니 "같이 잘해보자"고 하시더라.

-밖에서 봤을 때 LG는 어떤 이미지였나.

솔직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직력이 약한 팀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주의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게 안 보이고 단합되는 팀으로 보인다. 선수들도 젊어져서 힘이 있다.

-투수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게 됐다.

잠실은 좋은 기억이 많다. 사실 잠실이 시각적인 효과가 크다. 타자들에게 물어보면, 마산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구장들은 홈런 욕심이 난다고 하더라. 잠실은 그렇지 않다.

-LG 트윈스 차우찬이라는 소개가 어색한가. 옮겨보니 느낌이 어떤가.

아직 어색하다. 다시 또 새로 시작하는 것 같다. 11년 동안 앞만 보면서 열심히 했는데, 동기 부여가 생겼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또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임감도 많이 생긴다.


부담감 보다 책임감이 더 커진 차우찬. 그의 올해 소망은 무사히, 그리고 빨리 2017년이 지나가는 것이다.
삼성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2.28/
◇"투수 최고액? 솔직히 부끄럽다."

-투수 FA 역대 최고 금액이다.

솔직히 부끄럽다. 커리어가 좋고, 통산 성적이 좋은 투수나 타이틀이 많은 투수들이 당연히 거기에 있어야 하는데 내가 있으니까.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한국야구를 봤을 때도 부끄러운 것은 있다. 그만큼 책임감이 많이 생긴다. 앞으로 잘하면 인식이 바뀌는 거니까. 바꿔보고 싶다. 그동안 LG가 외부에서 영입한 FA 투수들의 결과가 안 좋았으니 그것도 바꾸고 싶다. 그것들이 지금 내 머릿속에 있다.

-LG 선발진에 대한 기대치가 커졌는데.

삼성에서도 항상 잘하고 싶었고, 잘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LG도 똑같은데, 삼성에서는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여기는 없지 않을까. 처음부터 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있다. 좋은 조건에 왔기 때문이다.

-스스로 조급해지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선배들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라는 조언을 가장 많이 하셨다. 정현욱 선배가 이번에 코치로 삼성에 가시면서 LG 투수코치님들께 전화로 부탁을 하셨더라. "우찬이는 천천히 올라오는 애니까 기다려주셔야 한다"고. 그게 참 감사하다. 늘 전반기에 잘 못 하고 뒤로 갈수록 잘하는 스타일이다. 큰돈 받고 왔으니 여기서는 그러면 안 될 것 같다.(웃음)

-양상문 감독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나.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기복이 조금 있지만, 놔두면 괜찮아진다. 감독님께 그 부탁을 드리고 싶다.

-계약 후 양상문 감독과 통화할 때 무슨 이야기를 하던가.

잘 부탁드린다고 하니까, 같이 한번 잘해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해보겠다고 했다. 캠프를 못 가서 걱정이 된다. 사인도 맞춰보고 해야 하는데…. WBC 가면 (임)정우에게 많이 물어봐야겠다.

-LG에서 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맨날 같은 말을 하니까 이제는 나도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모르겠다.(웃음) 그런데 정말, 정말로 돈이 아니었다. 자꾸 돈이 부각되지만 나는 돈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첫 번째 조건은 새로운 환경이었다. 그게 컸다. 그래서 해외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1번이었고, 그게 안 되다 보니 국내에서는 LG와 삼성뿐이었다. LG의 조건도 좋았지만, 계약 과정에서 해주신 말들이 나를 움직였다. 또 '계약하게 된 4년도 좋지만, 그 이후까지도 함께 잘해봤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어 옮길 수 있었다. 돈만 많이 제시하고 그런 말들이 없었다면 선택을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 결정했다.


"너무 오래 쉰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요. 하루라도 빨리 따뜻한 곳에 가서 운동을 시작하고 싶어요."
삼성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2.28/
◇바쁜 차우찬, 쉴 틈 없는 겨울.

-요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고 들었는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무엇인가.

이적 소감이다. 또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도 많다.

-정말 어떻게 지내나.

계속 인터뷰하고, 대구집을 정리하고 있다. 서울에 집을 구하는 중이다. 잘 지낸다.

-대구에서 11년을 살았는데, 이사하는 기분이 어떤가.

대구에서 가족들이랑 같이 살았던 게 아니라서 그런지 실감은 안 난다. 혼자 지냈으니 원정 가는 기분이다.

-부모님을 서울로 모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시고 올라와서 친동생과 부모님이 함께 살고, 저는 따로 살려고 생각 중이다.(웃음)

-결혼 계획은 없나.

아직 없다. 늦게 하려고 한다. 서른넷? 동기들도 거의 다 해서 결혼 안 한 친구들을 찾기 어렵다.

-운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호텔 헬스장에서 웨이트는 계속하고 있는데, 너무 오래 쉬니까 마음이 조급하다. 빨리 괌(개인 훈련)에 들어가고 싶은데 시무식도 있고, 대표팀 소집도 있어서 1월 13일에 들어가려고 한다.

-보통은 비시즌 때 어떻게 지냈나

삼성에 있을 때는 11월 중순에 시즌이 끝났다. 1주일 쉬고 12월부터 운동하고, 1월 초에 캠프 갔다. 올해는 10월 초에 끝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쉬는 방법을 몰랐다. 불안하니까 연습은 계속했다.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캠프에 가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한국에 있으면 여기저기 인사하러 불려 다니니까. 1월부터는 잠실 구장에 나가서 운동도 하고, 선수들이랑도 친해지고 싶다.

-4번째 대표팀을 앞두고 있다.

성적이 안 좋은데도 항상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대표팀 분위기는 정말 좋은 것 같다. 잘하는 선수들만 모여 있으니까 유심히 보게 된다. '아 저렇게 운동하는구나'하는 것들을 관찰한다.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

-2017시즌 기대해도 좋을까.

빨리 1년이 지났으면 좋겠다. 이사도 그렇고 아직 실감이 안 나고 머릿속이 복잡하다. LG팬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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