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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사상 최다인 8명의 메이저리거가 미국 무대에서 뛰었다. 최고 성적은 단연 오승환이었다. 셋업맨에서 단숨에 세인트루이스 주전 마무리, 리그 최강급 소방수로 발돋움했다. 현 기량만 놓고보면 오승환은 대한민국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 중 한명이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WBC대표팀 최종엔트리 명단(교체 가능)에 오승환은 없다. 해외원정도박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KBO로부터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해도 오승환 합류는 적어도 이번은 아니다.
WBC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팬들이 환호하고, 졸전을 펼친다면 비난이 쏟아지겠지만 이는 당연히 받아들여야할 결과다. 규정과 가치를 무시한 잘못된 접근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도 박수받지 못한다.
야구계는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불미스런 일로 홍역을 앓았다. 2015년 오승환 안지만 윤성환 임창용이 해외원정도박 스캔들을 일으켰다. 그 여파가 2016년으로 이어지는 와중에 치명적인 승부조작 스캔들도 터졌다. 이밖에 음주운전, 명예훼손 등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KBO와 선수협은 지난해 대국민 사과문과 함께 국민앞에 머리를 숙였다. 800만관중 돌파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징계 선수에게 태극마크를 부여하는 것은 국가대표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행위다.
대표팀 경기력을 위해서도 오승환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현재로선 어떤 명분으로도 오승환을 합류시키기 어렵다. 다수의 팬들도 오승환의 경기력은 인정하지만 합류에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KBO도 부정적이다.
떠난 버스에 자꾸 손짓하는 것은 부질없다. 지금이라도 빨리 오승환의 공백을 메울 불펜 전략과 마무리 책임을 부여할 적임자를 정해야 한다. 오승환을 잊지 못하면 아쉬울 때마다 오승환 핑계만 대게 된다.
있는 전력을 최대한 추스려 대회를 치르면 된다. 2013년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을 했어도 KBO리그는 발전을 거듭해 800만이 넘는 관중의 사랑을 받았다. WBC가 큰 대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바른 가치를 흔들면서까지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국가대표의 가치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긍지와 명예다. 야구선수가 국민에게 봉사하는 길이 야구밖에 없을까. 우리 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국민앞에 봉사한다며 방송이나 영화활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경우는 없다. 때로는 자숙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통해 국민들은 우리가 바른 사회에 속해있음을 인지하고 안도하는 법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