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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2016 농사의 수확 전민수, 그의 야구 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12-27 06:37



막내팀 kt 위즈는 올 정규시즌 최하위에 그치며 목표로 했던 중위권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수확이 아예 없었던 농사는 아니었다. 마운드에서는 주 권이라는 젊은 선발과 김재윤이라는 마무리를 키워냈다. 마운드에 두 사람이 있다면 야수진을 대표하는 새로운 얼굴은 전민수(27)였다. 단순히 잘 치고, 잘 달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눈빛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이 느껴지는 선수였다. 독기가 보였다.

전민수는 덕수고를 졸업하고 2008년 우리 히어로즈(현 넥센)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 하지만 이름이 낯설었다. 프로에 올 당시 이름은 전동수. 2006년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한 엄청난 유망주였다. 하지만 프로 첫 두 시즌 단 1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한 채 경찰 야구단에 입단했고, 전역 후 팀에 돌아왔지만 한 시즌만에 방출을 당하는 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전민수에게 신생팀 kt는 새로운 기회였고, 그렇게 kt 유니폼을 입고 이름까지 바꾸며 절치부심 새로운 준비를 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리는 모습을 눈여겨보던 조범현 전 감독이 전민수에게 기회를 줬고, 1군 무대에서 그 치기 어렵던 안타를 무려 65개나 때려냈다. 74경기 타율 3할5리를 기록하며 kt의 새로운 주전 외야수로 자리잡을 무렵 상대 투수 사구에 맞으며 왼쪽 복사뼈 비골 미세 골절이라는 시련이 찾아왔다. 하지만 2017 시즌 건강한 몸으로 다시 힘찬 날갯짓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전민수다. 2016 시즌은 완벽한 1군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과정에 불과했다.

-1군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방출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kt에 입단해서는 생존의 연속이었다. 신고선수라는 가장 낮은 위치에서 시작해 작년과 재작년 2군 경기에 나서는 게 나에게는 매경기 수능시험 겉았다.

처음에는 나의 위치를 인정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과거 실패를 토대로 내 장, 단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단점 보완도 중요했지만, 프로에서는 장점 극대화가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맞는 옷을 입기 위해 코치님들과 상의했다. 1군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부분들을 연구했다. 가장 중요한 건 긍정의 마음으로 계획하고 연습했다.

-꿈에 그리던 1군 무대 생활은 어땠나.

항상 꿈꾸고 바래왔던 나날들이었다. 지금까지 흘린 땀에 대한 보상같았다.

첫 안타를 쳤던 기억(4월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잊을 수 없다. 평생 잊지 못할 그 기억을 평생 가지고 갈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말이다. 그 안타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편으로는, 높은 레벨의 1군 무대에서 보완해야 할 점들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껏 배운 것보다, 앞으로 배울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한 시즌이됐다.


다시 한 번 프로 유니폼을 입게 해준 kt 구단과 코칭스태프, 응원해주신 팬들께 내년에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했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는데 그 분들을 위해서, 또 내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잘하는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

-잘 나가다 부상 암초를 만났던 당시 심경은?

야구를 하며 부상으로 인한 내리막이 많았다. 그래서 익숙했다. 이 또한 지나가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다. 프로 선수가 막상 다치면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를 계획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방출 당하고, 힘든 기간 동안 가족을 포함한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나는 여전히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선수였다. 이번 부상에도 주변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보다 더 큰 부상도 이겨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2017 시즌의 목표는?

1군, 2군이 나에게 현재 중요하지 않다. 언제나 불안정한 상황 속에 있다. 늘 넘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김진욱 감독님께서 오셨는데, 내게 있어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 지도 아래 팀과 함께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팀의 목표를 위해 힘쓰겠다. 팀 스포츠이니 팀을 따르다 보면 개인 목표도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이게 솔직한 내 욕심과 목표다. 외야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선의의 경쟁인만큼 이 또한 지혜롭게 잘 풀어나가고 싶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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