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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밥상인터뷰] "난 고속도로 하이패스였다" 신인왕 신재영 성공기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6-12-25 20:39


한때는 방출을 걱정했고, 주위 모든 사람에게 "너는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던 설움. 신재영은 올해 그 모든 편견을 보란듯이 날렸다. 고척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12.09/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장해제'가 된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들과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야구장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깊은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밥상인터뷰] 두번째 손님은 올해 KBO리그 '신인왕' 신재영(27)이다. 넥센 히어로즈의 우완 투수로 혜성처럼 등장해 15승을 거둔 특급 신인. 물론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는 않았고, 앞으로 가야할 길도 멀다.

한때는 방출을 걱정했고, 주위 모든 사람에게 "너는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던 설움. 신재영은 올해 그 모든 편견을 보란듯이 날렸다. 내년 걱정은? 내년에 해도 좋다.

편안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패기 있으면서도 진중한 스물일곱살의 청년. 신재영과 고척스카이돔 지하상가에 위치한 한 찌개 전문점에서 만났다. 평소 한식을 가장 즐겨 먹는 그답게 팔팔 끓는 찌개를 앞에 두고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신인왕'의 속내가 슬쩍 보였다.

◇"보양식 섭렵했지만, 나는 그래도 한식파"

-정신 없이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시상식을 많이 다녔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움직이고, 메이크업도 받고. 힘들긴 했는데 기분은 되게 좋다. 행복하다.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개인 훈련을 했는데.

사실 일정이 많아서 완벽하게 몰두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조금씩 운동을 하고 있다. 몸을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스프링캠프가 늦게 시작하는만큼 공을 미리 많이 던져놓고 해야할 것 같다. 할 일이 많다.

-평소에 음식으로 몸 관리는 어떻게 하나.

한식을 좋아한다. 비빔밥이나 찌개 좋아하고 회도 좋다. 야구장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잘 챙겨먹는 편이다. 근데 이제부터는 음식도 신경써서 먹어야 할 것 같다. 살이 조금 쪘다(웃음). 체중 조절을 하면서 근육량을 늘릴 생각이기 때문에 관리해야 할 것 같다.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보양식도 잘 챙겨주셨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몸에 좋은 것은 다 해주셨다. 뱀도 고아서 먹어봤는데, 다시 먹고 싶지는 않은 맛이다(웃음). 녹용이나 사슴피 이런 것도 먹어봤다. 신경 많이 써주셨다.

-최근에는 어떻게 먹나. 주로 사먹게 될 것 같은데.

거의 사먹는 편이고, 집에 있을 때 직접 된장찌개를 끓여 먹는다. 그정도는 다들 하는 것 아닌가(웃음)? 내가 끓였어도 정말 맛있다. 밥까지 다 말아먹는다. 맛에 자부심이 있다.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신재영의 2016년. 첫 1군 풀타임을 치른 그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고척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12.09/
◇욕심이 났던 2016년

-워낙 신인왕 수상이 유력했었다. 막강한 후보였고, 결국 수상에 성공했다. 주위 반응은 어땠나.

주위에서 다들 장하다고, 축하한다고 이야기 많이 해주셨다. 정말 좋았다.

-상금과 상품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사실 제가 쓸건 아닌 것 같고, 부모님께 드려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다르게 한 부분이 있었나. 어떤 성과로 이어진 걸까.

모든 것을 다르게 준비했다. 그동안 해왔던 것과…. 운동하는 부분에서 차이를 많이 뒀다. 1군에서 처음 뛰게 되는 거라 준비를 다르게 했었는데 다행히 적응을 빨리 한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몇몇 선수들이 빠져나간 상태라서 기회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선발 자리가 내게 올 줄은 몰랐다. 중간 계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웃음).

-4월 6일 대전 한화전(7이닝 3실점 프로 1군 데뷔승). 1군 첫 등판이나 첫 승리일인 그날이 선명히 기억날 것 같다.

잊을 수 없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감동적이었다. 그렇게 던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을 안했었다. 1군 타자들을 처음 상대해보는 날이었으니까. 그래도 잘 됐으니 기분이 좋았다.

-스스로 부족한 점도 느꼈나.

너무 많았다. 볼 배합도 그렇고, 빨리 떨어지는 변화구를 장착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솔직히 올해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시즌 도중에 변화를 한다는게 어려운데도 계속 시도해봤다. 쉽게 안될걸 알았으면서도 정말 안되니까 스트레스를 받더라. 주위에서도 자꾸 이야기하니까.

-30⅔이닝 연속 무볼넷 기록도 그렇고, 주위에서도 기대치가 급격히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볼넷 기록은 내가 욕심을 낸 것이다. 볼넷을 줘야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내가 기록을 의식했다. 줘야 할 때는 주는게 맞는데, 그렇게 못했다. 볼넷을 안주는 것은 좋지만, 내가 의식을 한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욕심이 나더라.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 그래서 내년에는 조금 더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체력적으로는 버틸만 했나.

그동안 내가 이렇게 야구를 오래 해본 적이 없었다. 늘 2군 시즌은 먼저 끝나니까.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나중에는 힘들긴 하더라. 힘에 부치는 것 같기도 했다. 체력을 더 키워야겠다.

-포스트시즌 결과도 아쉬울 것 같다(신재영은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2실점 패전 투수가 됐었다. 소속팀 넥센도 1승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너무 빨리 끝나버렸다. 포스트시즌은 정말 공 1개가 굉장히 중요하더라. 만회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다. 단기전이지 않나. 못하면 내려가야 한다. 정말 아쉬웠다. 공 하나 실수로 안일하게 던진 것이 홈런이 됐으니까.

-LG 유강남에게 초구 직구에 결정적인 홈런을 맞았다.

맞은 순간 홈런인 것을 알았다. 두번째 공을 던지기가 싫었다. 내가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가운데에 공을 던져서 홈런을 맞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정말 스스로 열받았다. 올해 느낀 것이 있으니 내년에 잘 해야한다. 그 생각 뿐이다.

◇좋은 날이 한꺼번에 왔다

-올해 1군 첫 경험, 올스타전, 15승 등 처음 경험해본 것들이 많았다. 무엇이 가장 좋던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게 된 것이다. 원래는 아무도 나한테 사인해달라고 안 했다. 올해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경기 끝나고 팬들이 서있는데, 나는 고속도로 하이패스(웃음)였다. 아무도 안 잡았다. 이제는 많이 알아봐주시고 사인도 해달라고 하니까 그게 신기했다. 많은 분들이 잘해주시니까 당연히 기분이 좋다.

-주위에서 '이럴 때일 수록 변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 않나. 늘 신인왕에게는 그런 충고가 따라붙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변하지 말아라','붕뜨지 말아라' 등등. 근데 나는 사실 변할 게 없다(웃음).

-연봉 대박도 터트렸다. 27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이 됐는데.

아직 입금이 안돼서 와닿지는 않지만(웃음) 조금 놀랐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주셨다. 구단에서 신경 써주신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다. 억대 연봉이라는 게 결코 쉽지 않은건데.

-좋은 날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것도 올텐데 어떡하나 고민이다. 그래도 나쁜 것들이 최대한 적게 오기를 바란다. 오더라도 슬기롭게 넘겨야한다. '나는 괜찮다'고 긍정적으로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내년에 대한 부담과 걱정이 있나.

부담보다는 걱정이 된다. 올해 이렇게 잘했는데, 내년에 못해서 다들 실망하시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 재미있게 해보려고 한다. 세세히 신경쓰다 보면 스트레스 받는다. 올해처럼만 하면 좋겠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저는 노력하는 선수가 아니었어요. 늘 '나는 안돼'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선수였죠. 트레이드가 이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고척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12.09/
◇목표가 없었던 신재영의 환골탈태

-예전의 신재영은 어떤 선수였나.

NC 다이노스에 있을 때, 나는 3군 선수였다. 그리고 노력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냥 주어진 환경에 늘어진 선수였을 뿐이다. 늘 '나는 안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목표 의식 없이 시키는 것만 하는 선수였다.

-그러다 생각이 바뀐 계기는?

넥센으로 트레이드가 된 이후다. 야구하는 느낌이 달랐다. 새로운 팀에서 야구를 한다는 자체가 목표를 갖게 했다. 구단에서도 날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았고,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만약 트레이드가 안됐다면 어땠을까.

물론 그곳에서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했을 수도 있지만, 아마 시간이 더 걸리지 않았을까. 그만큼 트레이드는 내게 큰 동기부여다.

-트레이드에 좌절하거나 힘들어하는 선수들도 있다.

나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었다.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나는 트레이드가 될만한 급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창피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보여드린 것이 없었는데 주목을 받게 돼서. NC에서 같이 뛰었던 동료들도 함께 당황스러워했다(웃음). 그런 창피함을 무릅쓰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공도 많이 좋아졌다.

-평소 성격이 어떤 편인가. 예민한 편인가, 유들유들한 편인가.

성격이 조금 바뀌었다. 긍정적으로 변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많은 분들이 내게 '너는 안될거야'라고 하셨었다. 지금은 오히려 그렇게 말씀 하셨던 분들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 것 같다. 그런 분들 덕분에 오기도 생겼고,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주위의 자극이 신재영을 강하게 만들었다.

사실 자극하면 상처를 받는다. 그래도 신경을 많이 쓰지 않으려고 한다.

-야구 어떻게 시작했나.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했다. 너무 빨리 시작해서 그런지, 질려서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 이렇게 잘 풀리기 전에 고민도 많았다. 공부도 안했는데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하나 싶어서. 이렇게 가다가는 분명히 방출이 될텐데 뭘해야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어느 정도의 선수였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냥 그런 선수였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데 중간은 가는 그런 선수? 그러다 대학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투수코치님이 무척 무서우셨는데, 그때 많이 늘었다.

-순탄한듯 순탄하지 않게 흘러흘러 왔다. 여전히 20대로 젊고.

그렇다. 근데 아직 20대 후반이라는 게 실감이 안난다. 늘 아기일 줄 알았는데(웃음).


신재영의 2017년 목표는 180이닝 그리고 비밀무기 장착이다. 고척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12.09/
◇넥센 그리고 넥센의 신재영

-넥센 선수단은 10개 구단 중 가장 젊다. 분위기 어떤가. 누구랑 가장 친한가.

나는 선수단에서 중간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편이다. 워낙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분위기는 늘 좋다. 다들 형동생처럼 친하게 지낸다. 우리팀에서는 오주원형, (서)건창이, (윤)석민이형, (고)종욱이형 등 다 친하다.

-어린 선수들에게 확실히 기회를 주는 분위기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맞다. 그래서 동기부여도 되고, 다들 열심히 한다. 언젠가는 기회가 올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선수들 중에서 누가 가장 야구 욕심이 많나.

(주저없이)건창이. 건창이는 워낙 열심히 하고 성실하고, 생활이 모두 야구에 맞춰져있다. 동갑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앞으로 남은 계획은 무엇인가.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변화를 줄 부분도 있나.

개인 훈련을 꾸준히 열심히 하려고 한다. 몸은 올해와 똑같이 만들 생각이다. 비밀 무기를 하나 만들어야 하는데(웃음). 노력해야겠다.

-내년 목표는?

항상 우승이다. 우승할 수 있게 최대한 많은 보탬이 되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180이닝 이상 던져보고 싶다. 아무래도 내가 많은 이닝을 던졌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도움이 됐다는 뜻이니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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