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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골든글러브? 내가 받으면 안됩니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12-07 20:55


7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6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공로상을 수상하고 있는 이승엽.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2.07

"제가 받으면 안됩니다."

올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 최대 격전지 중 하나는 지명타자 부문이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과 한화 이글스 김태균의 2파전 양상이다. 이승엽은 통산 11번째이자 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브를 노리고 있고, 김태균은 2008년 이후 8년 만에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승엽은 올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리, 27홈런, 118타점을 올렸다. 20~30대 젊은 후배들에 밀리지 않는 파워와 정확성을 뽐내며 홈런 공동 8위, 타점 6위를 마크했다. 뿐만 아니라 한일 통산 600홈런의 금자탑을 세웠고, 역대 최고령 및 최소 시즌 2000안타 고지도 밟았다. 특히 팀이 9위로 내려앉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후배들을 다독이며 베테랑의 투혼을 발휘했다. 이승엽은 이미 지난해를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은 10번의 황금장갑을 받았다. 받을만큼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이승엽이 기록의 상징성과 팀공헌도 면에서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성적에서는 김태균이 앞선다. 김태균은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할6푼5리, 23홈런, 136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475) 1위, 타율과 타점, 안타 2위, 장타율 10위에 오르며 이승엽을 누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김태균 역시 올시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출전하며 뜨거운 승부근성을 보였다.

이승엽도 이를 인정했다. "골든글러브에 대한 욕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번에 손사래를 쳤다. 7일 조아제약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이승엽은 "내가 받으면 절대 안된다"며 "솔직히 성적이 엇비슷하면 나도 욕심을 내볼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태균이가 너무 잘했다. 나는 생각지도 않고 있다"며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김태균은 이승엽이 일본에 가 있던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골든글러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일본에서 돌아온 2012년 1루수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타율(0.363)과 출루율(0.474) 2관왕을 차지하고도 홈런-타점왕에 오른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에 밀렸다. 2013년과 2014년에도 1루수 후보라 나섰으나 역시 박병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확실한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수상을 기대할 만하다. 이승엽도 당연히 김태균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이승엽은 내년 시즌을 마치면 공언한대로 유니폼을 벗겠다고 했다. 더이상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 시즌을 최고의 한 해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내년에 은퇴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내년 이맘때면 난 야인이 돼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1년 동안 할 일이 많다. 진로도 고민해야 한다"면서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았다. 좀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번 겨울 준비를 더 잘 하고 싶다"고 했다.

이승엽은 "최근 허리를 삐끗해 쉬고 있는데 크리스마스 끝나고 12월말 다시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주위에서 '실력이 아니라 떠나야 할 때 떠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고 싶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 그래서 내년 1년이 가장 중요하다"며 각오를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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