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관(30·두산 베어스)은 최근 늦깎이 운전 면허를 땄다. 지난 2013년부터 시험에 응시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가 올해가 돼서야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았다. "참 떨리대요. 이게 뭐라고."
사실 그는 KBO리그에서 충분히 검증된 투수다. 2013년 10승7패를 시작으로 2014년 12승9패, 2015년 18승5패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15승6패를 마크하며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다. 직구가 그리 빠르지 않지만 특유의 완급조절로 타자를 상대한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견디는 힘이 있다. 영리한 투수다.
그러나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없었다. 단기전에서는 빠른 공을 보유한 투수가 활용도가 크다는 김인식 감독의 지론 때문이다. 일리가 있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일단 공이 빠르고 봐야 한다. 패스트볼로 윽박지르는 투구가 가장 확실한 승리 방정식이라는 게 숱하게 증명됐다. 지난해 18승으로 토종 투수 다승 1위에 오른 그가 프리미어12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한 이유다.
일전에 유희관은 "나도 내 공이 통할 것인지 궁금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대표팀에 꼭 뽑히고 싶은 욕심은 있다. 이 공이 과연 유명한 타자들에게 먹힐까. 팬들이 너무 궁금해한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중앙대 시절 야구월드컵, 세계대학선수권대회에 태극마크를 출전한 경험이 있다. 그는 대학 시절 매 시즌 0점대~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리그를 지배했던 좌완 에이스였다. 하지만 두 대회 모두 타자 수준이 엄청나지는 않았다. 던질만 했다. 그래서 프로에 들어와 당당히 국가대표가 되고,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공을 강타자 몸쪽에 찔러 넣고 싶은 게 그의 욕심이다. 오랜 소망이던 운전 면허를 땄으니, 이제는 두 번째 목표에 도전한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