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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운전면허 딴 유희관, 태극마크에도 도전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12-03 10:06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만루 롯데 전준우 타석 때 두산 유희관이 구원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04/

유희관(30·두산 베어스)은 최근 늦깎이 운전 면허를 땄다. 지난 2013년부터 시험에 응시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가 올해가 돼서야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았다. "참 떨리대요. 이게 뭐라고."

혹자는 아주 간단히 합격하는 시험이지만, 떨어질까봐 노심초사 했다고 한다. 더 이상 선후배 차를 얻어 타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공 던질 때보다 긴장했다고 했다. 야구 선수가 아닌 30대 초반 성인 남성으로서의 도전. 다행히 한 번에 붙었다.

그런 그가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바로 태극마크다. KBO는 지난 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예비엔트리 50명을 확정해 WBC조직위원회인 WBCI(World Baseball Classic Inc.)에 제출했다. KBO는 이 50명의 예비엔트리 선수 중에서 28명의 최종 엔트리를 2월 6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유희관은 최근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은 팀 동료 이용찬 대신 이름을 올렸다.

사실 그는 KBO리그에서 충분히 검증된 투수다. 2013년 10승7패를 시작으로 2014년 12승9패, 2015년 18승5패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15승6패를 마크하며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다. 직구가 그리 빠르지 않지만 특유의 완급조절로 타자를 상대한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견디는 힘이 있다. 영리한 투수다.

그러나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없었다. 단기전에서는 빠른 공을 보유한 투수가 활용도가 크다는 김인식 감독의 지론 때문이다. 일리가 있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일단 공이 빠르고 봐야 한다. 패스트볼로 윽박지르는 투구가 가장 확실한 승리 방정식이라는 게 숱하게 증명됐다. 지난해 18승으로 토종 투수 다승 1위에 오른 그가 프리미어12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이번에 대표팀 선발진 사정이 좋지 않다. 당장 김광현(SK)이 팔꿈치가 좋지 않아 전열에서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FA 양현종과 차우찬은 국내에 잔류할지, 해외 리그에 진출할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만약 후자일 경우 WBC 출전은 쉽지 않을 전망. 새 환경 적응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유희관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긴다. 김인식 감독도 더는 유희관을 외면하기 힘들다.

일전에 유희관은 "나도 내 공이 통할 것인지 궁금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대표팀에 꼭 뽑히고 싶은 욕심은 있다. 이 공이 과연 유명한 타자들에게 먹힐까. 팬들이 너무 궁금해한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중앙대 시절 야구월드컵, 세계대학선수권대회에 태극마크를 출전한 경험이 있다. 그는 대학 시절 매 시즌 0점대~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리그를 지배했던 좌완 에이스였다. 하지만 두 대회 모두 타자 수준이 엄청나지는 않았다. 던질만 했다. 그래서 프로에 들어와 당당히 국가대표가 되고,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공을 강타자 몸쪽에 찔러 넣고 싶은 게 그의 욕심이다. 오랜 소망이던 운전 면허를 땄으니, 이제는 두 번째 목표에 도전한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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