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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가 '캡틴' 김재호(31)와 FA 계약을 했다. 올 스토브리그 1호 계약이다. 두산은 15일 김재호와 4년 간 총액 50억원에 계약을 마쳤다고 전했다. 계약금 20억원에 연봉 6억5000만원, 인센티브 4억원이다. 역대 유격수 최고액이다. 2005년 박진만(당시 삼성 라이온즈)이 기록한 4년 39억원을 11년 만에 깨뜨렸다.
두산은 지난해 최소 실책 2위(81개), 올해는 1위(73개)다.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도 일방적으로 끝낸 이유. 수비에서 우위를 점하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김재호가 있다. 야구인들이 인정하는 수비 천재. 화려하지 않아도 묵묵히 제 몫을 다하며 내야를 진두지휘한다. 두산 전력분석팀은 "모든 플레이가 정석 같다. 이제 막 야구를 배우는 학생이라면 김재호의 송구, 스텝,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FA 1호 계약의 의미.
이번에도 프랜차이즈 스타가 FA 1호 계약 선수가 됐다. 그만큼 팀이 필요로 했다고 보면 된다.
2013년 겨울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의 계약 소식이 가장 먼저 전해졌다. 역대 포수 최고액인 4년 75억원. "절대 빼앗길 수 없다"던 롯데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선수와 합의점을 찾았다.
2014년에도 LG 트윈스의 '간판' 박용택이 4년 50억원에 사인을 했다. 당시 지방 A 구단에서 그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박용택은 LG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첫 계약자는 송승준(롯데)였다. 시즌 종료 후 부산에서 개인 운동을 한 그는 4년 40억원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이들 3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을 했지만 날 키워준 팀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는 한결같은 말을 했다.
김재호도 마찬가지다. 그는 11일 첫 만남에서 사실상 마음을 굳혔다. 구단의 제시액에 고개를 끄덕였고 15일 두번째 만남에서는 바로 도장을 찍었다. 두산은 김재호를 놓친다는 가정을 하지 않았다. "무조건 잡는다. 대체불가선수"라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올 시즌 캡틴이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타율 3할1푼(416타수 129안타)에 7홈런 78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쓴 만큼 속전속결로 계약을 끝냈다.
▲김재호가 2군에 전한 메시지
김재호는 계약을 마친 뒤 "2004년 입단한 이후 두산맨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는 게 꿈이었다. 그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다"며 "2군 선수들이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어려운 순간들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난 줄곧 잘하던 선수가 아니었다. 이번 계약으로 많은 선수들이 희망을 갖고 야구를 했으면 한다"며 "우리 2군 선수들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심어린 한 마디였다. 수비력만큼은 이미 팀 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그였지만, 2012년까지만 해도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주전 유격수 손시헌에 가려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고, 부상 선수가 나와야만 1군에 콜업되곤 했다. 그는 "야구를 완전히 내려놓았던 시기가 있었다. 2010년 2군 생활에 젖어 들어 목표도 목적도 없이 야구를 했었다"며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채찍질 했다. 당시 트레이드 얘기가 많았는데, 내가 더 절실히 해야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런 시간들을 견뎠기 때문에 지금의 계약도 있는 것 같다. 다들 포기하지 말고 했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도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일단은 가족들과 푹 쉴 생각이다. 50일 갓 지난 아이와 좋은 시간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