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프로야구 감독 연봉, 성적이 서열을 가른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11-10 18:18


두산 김태형 감독이 한국시리즈 MVP 양의지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1.10

두산 김태형 감독이 양의지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1.10

2016 KBO 포스트시즌 NC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가 28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NC의 김경문 감독과 두산의 김태형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28/

뛰어난 성과를 내면 반드시 보상이 따르는 게 프로 스포츠. 성적이 선수는 물론, 지도자의 가치를 말해 준다. 이 가을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행복한 야구인,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49)이다.

두산을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으로 이끈 김태형 감독이 10일 3년간 총액 20억원에 재계약했다.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두산은 베어스 역대 최고 대우라고 했는데, 파격적인 계약 내용이다. 5억원은 KBO리그 국내 감독 최고 연봉이다.

공교롭게도 김경문 감독(58)이 9일 NC 다이노스와 3년간 계약한 금액과 같다. 지도자 경력으로 두 지도자를 비교하긴 어렵다. 2004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내년이면 사령탑 14년차가 된다. 두산 시절에 세 차례 준우승을 했고, NC를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으로 이끌었다. 지난해와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올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김경문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지도자다. 반면, 김태형 감독은 이제 사령탑 3년차에 접어든다. 둘은 베어스에서 선수 선후배, 코치-선수, 감독-코치로 오랫동안 함께한 인연이 있다. 경력차가 이렇게 큰데도 두 감독의 연봉이 같아졌다. 지난해 김경문 감독은 연봉 4억원, 김태형 감독은 2억원을 받았다.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 최근 팀 분위기가 평가 기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꾸준하게 상위권 성적을 낸 김경문 감독은 아직까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다. 네 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는데,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이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다. 선수단을 아우르는 감독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해도, 팀 전력과 시운이 따라줘야 가능하는 게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보지 못한 지도자가 허다하다.

2015년 시즌부터 두산을 지휘한 김태형 감독은 시작부터 잘 풀렸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3위로 포스트 시즌에 올라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해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구단 첫 한국시리즈 2연패고, 압도적인 우승이라 더 특별했다. 그는 두번째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3연패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현재 전력을 유지한다면, 내년 시즌도 기대할만 하다. 감독 경력이 길지 않지만 모기업의 최고위층과 구단이 미래 가치까지 보고 최고 연봉을 안긴 것이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신임 감독 취임식 및 고칭스태프 발표 기자회견이 31일 오전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장정석 신임감독과 심재학, 홍원기 코치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31/

29일 오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SK 와이번스 6대 사령탑에 오른 외국인 트레이 힐만 감독이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상견례를 마치고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는 힐만 감독.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0.29
김태형, 김경문 감독과 함께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74)이 내년 시즌에 연봉 5억원을 받는다. 김성근 감독은 2014년 말 김태형 김경문 감독과 같은 조건에 사인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앞세운 김태형 감독이 연봉으로는 김성근 김경문 감독 반열에 오른 셈이다. 야구 선배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3억원), 김진욱 kt 위즈 감독(3억원), 후배지만 감독 경력이 더 긴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2억5000만원)을 단번에 뛰어넘었다.

감독 연봉 5억원 시대를 연 건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53)이다. 2011년, 2012년, 2013년 연속으로 통합 우승을 일궈낸 류중일 감독은 3년간 계약금 6억원, 연봉 5억원, 총액 21억원에 재계약했다. 3년 연속 통합 우승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네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하고도 성적 부진을 이겨내지 못했다. 올해 팀이 9위로 내려앉으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지난 시절의 빛나는 성과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었다.

KBO리그 최초로 연봉 1억원을 받은 지도자는 백인천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다. 삼성 시절인 지난 1996년 1억원을 받았다.


초보 사령탑의 연봉은 2억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사령탑이 된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43)과 김한수 삼성 감독(45), 이번 시즌 롯데를 지휘한 조원우 감독(45) 등 40대 초보 사령탑 모두 연봉이 2억원이다. 물론 계약 기간에 성적을 내면 재계약에 성공할 것이고, 그만큼 연봉도 올라간다.

니혼햄 파이터스,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거친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53)은 국내 지도자와 케이스가 다르다. 그의 내년 시즌 연봉은 60만달러(약 6억9000만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 계약 현황(단위=원)

소속팀=감독=계약기간=계약금/연봉=총액

한화=김성근=3년(2015~2017)=5억/5억=20억

NC=김경문=3년(2017~2019)=5억/5억=20억

두산=김태형=3년(2017~2019)=5억/5억=20억

LG=양상문=3년6개월(2014.5~2017)=3억/3억=13억5000만

kt=김진욱=3년(2017~2019)=3억/3억=12억

KIA=김기태=3년(2015~2017)=2억5000만/2억5000만=10억

롯데=조원우=2년(2016~2017)=3억/2억=7억

삼성=김한수=3년(2017~2019)=3억/2억=9억

넥센=장정석=3년(2017~2019)=2억/2억=8억

SK=트레이 힐만=2년(2017~2018)=40만달러/60만달러=160만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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