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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야구'의 위력이 드러난 2016년 시즌이 막을 내리고 오프시즌의 백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곧 문을 연다.
그동안 얼마나 잘했나
평가의 첫 기준은 과거 성적이다. SK 와이번스 김광현과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2007년 나란히 입단했다. 차우찬은 1년 앞선 2006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광현은 1차, 차우찬과 양현종은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각광받은 유망주들이었다.
양현종은 2009년 12승을 따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0년에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16승을 거두고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기여했다. 2011~2013년, 3시즌 동안 들쭉날쭉했던 양현종은 2014년 다시 16승을 따내며 부활에 성공했고, 지난해 15승에 이어 올시즌에도 10승12패, 평균자책점 3.68로 농익은 실력을 과시했다. 통산 87승60패, 평균자책점 3.95.
차우찬은 입단 후 2009년까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0년 10승을 따내며 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어 2011년 규정이닝을 넘기며 10승6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 투수 왕국의 일원으로 자리잡았다. 차우찬은 지난해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173이닝과 13승을 마크했고, 올시즌에도 12승6패, 평균자책점 4.73으로 기세를 이어갔다. 통산 70승48패32홀드, 4.44의 평균자책점. 선발과 불펜 능력을 모두 검증받았다는 게 매력적이다.
건강한가
FA 계약은 과거의 경력을 담으면서도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거액의 대형 계약은 '건강함'에 대한 확신에서 출발한다. 셋 모두 현재 특별한 부상은 없다. 김광현은 2011~2012년, 2시즌 동안 어깨 부상으로 고생했다. 부상과 재활, 복귀를 반복하다 2013년 돌아온 김광현은 로테이션을 몇 차례 거르며 조심스럽게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10승을 거뒀다. 2014~2015년 풀타임 선발로 각각 13승, 14승을 따내며 승승장구하던 김광현은 올시즌에는 지난 7월 초 왼팔 굴곡근 손상으로 한 달 보름간 재활에 매달렸다. 다행히 8월 중순 복귀 후 별다른 이상없이 시즌을 마무리했다.
양현종은 2010년 16승을 거둔 뒤 2011년 7승9패에 머물렀다. 피로 누적 탓이었다. 2012년에는 어깨 부상으로 1승에 그쳤고, 2013년에는 옆구리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절정의 몸상태를 되찾았다. 올해는 생애 첫 200이닝을 소화했다. 차우찬은 입단 초반 어깨를 다친 적은 있지만, 김광현과 양현종에 비하면 부상으로 인한 충격이 적은 편이었다. 수술을 받은 적도 없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들쭉날쭉했던 차우찬은 지난해부터 붙박이 선발로 자리를 잡으면서 육체적 부담도 크게 줄었다. 올시즌에는 가랫톳 부상으로 4월 중순 이후 한 달 반 정도 빠진 적이 있다. 그러나 6월 초 복귀한 뒤 후유증 없이 시즌을 마치면서 몸상태에 대해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셋 모두 10년 이상 던졌다는 점에서 부상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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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와 제구력
김광현은 투피치 스타일이다. 최근 체인지업 연마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정구로 삼을만한 위력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 오히려 커브의 구사비율이 높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시즌 직구 48.1%, 슬라이더 34.2%, 커브 9.6%, 체인지업 7.3%였다. 결정구는 여전히 슬라이더가 주를 이룬다. 김광현은 구위 자체보다는 제구력과 경기운영 측면에서 주의를 듣는 편이다. 다이내믹한 투구폼, 힘으로 윽박지르는 승부 근성이 제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양현종은 전형적인 포피치 스타일이다. 올해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순으로 많이 던졌다. 직구 구속은 평균 143㎞. 체인지업 구사때 피안타율이 3할4리인 것이 흠으로 지적된다. 차우찬은 올해 직구 평균구속이 143㎞였다. 폭발적인 스피드는 아니지만 공끝의 묵직함과 날아드는 방향이 매력적이다.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커브, 체인지업을 모두 구사하는데,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많이 던진다. 특히 차우찬은 지난해 194탈삼진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볼배합과 자신감에서 일취월장했다는 평가. 그러나 차우찬은 최근 3년간 9이닝 평균 볼넷이 4.00개로 셋 중에 가장 나쁘다. 김광현이 3.47개, 양현종이 3.76개로 나타났다. 올시즌 피안타율은 양현종이 2할5푼5리, 김광현이 2할6푼3리, 차우찬이 2할9푼이다.
견제와 수비
견제 능력은 차우찬이 가장 뛰어나다는 분석. 올시즌 전체 투수 중 가장 많은 6개의 견제아웃을 기록했다. 양현종이 3개, 김광현은 한 개도 없었다. 차우찬의 투구폼은 셋 중에 가장 편안하다는 느낌을 준다. 투구와 견제 동작에 큰 차이가 없다. 차우찬의 강점 중 하나다. 또한 올시즌 도루저지율도 차우찬은 5할로 두 선수에 앞선다. 견제 능력에서 얻는 부수 효과다. 땅볼 처리 등 수비에 있어서도 차우찬이 안정적이라는 분석이지만, 송구의 정확성은 큰 차이가 없다.
올시즌 실책은 차우찬이 4개, 양현종 3개, 김광현 2개다. 투수 평가에 있어서 수비 능력은 크게 강조되지는 않지만,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면 이 또한 몸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닝소화능력
이닝소화는 제구력, 1~2구에 맞혀잡는 능력, 110~120개 이상의 공을 무리없이 던질 수 있는 능력 등으로 결정된다. 선발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올시즌 선발 등판 평균 투구이닝은 양현종이 6.46이닝, 차우찬이 6.35이닝, 김광현이 6.03이닝이다. 완투는 양현종 3번, 김광현과 차우찬이 1번씩 했다. 양현종의 이닝소화능력이 가장 탁월하다. 게다가 양현종은 최근 3년간 전체 투수중 가장 많은 556이닝을 던졌다.
선발투수는 5이닝 미만으로 조기강판하는 경우도 평가의 대상이다. 올시즌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게 양현종은 31번의 선발등판 중 한 번밖에 없었다. 김광현은 21차례 선발 등판서 3번, 차우찬은 24번중 2번이었다.
스포츠조선은 세 투수를 경력과 건강(몸상태), 구위-제구력, 수비, 이닝소화능력 등 5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양현종이 91점으로 1위였고, 김광현이 87점, 차우찬이 85점으로 뒤를 이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빅3' 각 부문 매력 지수(가나다 순, 100점)
경력(20점)
FA=포인트
김광현=20
양현종=19
차우찬=15
건강(30점)
FA=점수
김광현=25
양현종=27
차우찬=28
구위/제구력(20점)
FA=점수
김광현=19
양현종=17
차우찬=16
수비(10점)
FA=점수
김광현=8
양현종=8
차우찬=9
이닝소화능력(20점)
FA=점수
김광현=15
양현종=20
차우찬=17
※총점
김광현=87
양현종=91
차우찬=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