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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FA...100억도 좋다, 보장액을 줄이자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11-08 09:52



100억도 좋다. 그만큼의 활약만 한다면.

총액 100억원 FA 시대 개막을 앞둔 한국프로야구.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말이 많다. 잘하는 선수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장 규모와 선수들의 실력을 냉정히 평가했을 때 4년 기준 100억원 이상의 계약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도 구단들은 인기 FA 선수들에 많은 돈을 안겨준다. 그만큼 유능한 선수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면 한숨쉬는 경우가 많았다. 투자한만큼의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최근 FA 계약의 초점은 총액이 아니다. 바로 보장액이다. 가장 확실한 보장액은 계약금이다. 보통 계약 체결시 계약금은 일시불로 지급된다. 연봉도 실력 부족이나 컨디션 난조로 2군에 오래 가있지 않는 한 거의 다 받는다고 보면 된다. 나머지는 옵션이다. 경기 출전, 성적 등에 따라 더 받을 수 있고 덜 받는 액수다.

당연히 선수 입장에서는 보장액이 많은 계약을 선호한다. 시즌을 큰 긴장 속에 치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선수도 사람이다. 아무래도 목표가 없이 야구를 하면 자기도 모르게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구단은 보장액을 줄이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선수들이 자신들의 제안을 거들떠보지 않고 보장액이 높은 구단쪽으로 움직여버리니 미칠 노릇이다.

지난해 4년 최대 96억원으로 역대 최고 계약을 한 NC 다이노스 박석민은 보장 금액이 무려 86억원이다. 옵션은 10억원 뿐. 한화 이글스 투수 정우람은 4년 84억원에 계약해는데 정우람의 경우 옵션이 없다. 계약금 36억원, 연봉 12억원 만으로 84억원을 채웠다. 두 사람 뿐 아니라 최근 고액 FA 계약 사례들을 보면 옵션 비율은 크지 않다.

선수가 불리하게 무조건 옵션 비율을 올려라, 계약 규모를 줄여라 얘기하는게 아니다. 구단과 선수 모두 프로로서 윈-윈 할 수 있는 건강한 계약을 체결하는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80억원의 시장가가 형성된 선수가 있다. 이 선수가 100억원을 받아도 좋다. 다만, 보장액 70억원-옵션 10억원의 계약보다 보장액 50억원-옵션 50억원의 계약이 야구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선수는 프로선수로서의 의무를 매경기 다하며 자신이 목표로 한 성적을 달성하고, 더 많은 돈을 챙기면 된다. 구단은 힘들게 영입한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둬 팀 성적을 끌어올려준다면 기쁜 마음에 지갑을 더 열 수 있다. 납득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많은 돈을 선수가 받으면, 총액 규모 상관 없이 지금의 거품 논란도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올해 초 일본인 투수 마에다 켄타가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을 때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노예계약'이라고 했다. 계약기간이 8년인데, 보장액 총액은 2500만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다만, 마에다의 건강 문제를 의심한 다저스는 옵션을 크게 걸었다. 8년을 온전히 다 뛸 경우 1억달러가 넘는 계약. 일단 마에다의 경우 이번 시즌 16승11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하며 시즌 연봉으로만 1000만달러가 넘는 돈을 받게 됐다. 물론, 마에다 계약은 지나치게 옵션 비율은 큰 사례다. 선수가 너무 불리했다. 마에다의 사례를 무조건 따르자는게 아니라, 한국야구 FA 시장도 보장액과 옵션의 비율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는 뜻이다. FA 계약은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활약에 대한 기대로 구단이 선수에 투자하는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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