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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의 추억' 힐만 감독, 인천야구 열기 깨울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6-11-05 16:26 | 최종수정 2016-11-05 16:29


29일 오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SK 와이번스 6대 사령탑에 오른 외국인 트레이 힐만 감독이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민경삼 단장과 함께 경기장을 살펴보고 있는 힐만 감독.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0.29

변화를 택한 SK 와이번스. 첫 외국인 감독과의 궁합은 어떨까.

SK가 '힐만 체제'를 앞두고 있다. 김용희 감독에 이어 SK의 감독으로 부임한 트레이 힐만 감독은 첫 선수단 상견례에 이어 코칭스태프 조각까지 완료했다. 코치진 중에서는 데이브 존 투수코치가 눈에 띈다. 김성갑 코치가 계속해서 수석코치를 맡는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계약 후 다시 미국에 돌아갔던 힐만 감독은 오는 11일 취임식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일본 가고시마에 차려진 SK 마무리 캠프에 중간 합류해 선수들을 점검한다. SK 감독으로서 본격적인 첫발을 떼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힐만 감독은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를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변화를 위해 여러 외국인 감독들을 후보군에 올렸던 SK는 힐만 감독이 일본에서 거둔 성공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시즌 동안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를 이끌었던 힐만 감독은 2006년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했다. 하위권에 머물렀던 니혼햄이 1962년 이후 44년 만에 거둔 우승이었다. 올해 일본시리즈에서 히로시마를 꺾고 통산 3번째 우승한 니혼햄의 직전 우승이 바로 힐만 감독 때다. 이듬해인 2007년에는 일본시리즈 1승 후 4연패 준우승을 기록하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스스로도 니혼햄에서 만든 추억을 특별하게 간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상견례를 위해 처음 인천 구장을 방문했던 힐만 감독은 오른손에 일본시리즈 우승 당시 제작했던 반지를 끼고 있었다. 반지에 대해 묻자 한참 동안 일본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SK와 힐만 감독의 만남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경기 외적인 부분이다. 힐만 감독은 니혼햄 감독 2년 차였던 2004년에 연고지 이전이라는 과제에 놓였었다. 훗카이도 삿포로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지역 팬들에 빠르게 동화될 필요가 있었다.

힐만 감독은 당시 뛰어난 팬 서비스로 빠른 시간내에 삿포로의 '팬심'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인기가 많은 감독이었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만큼 팬 서비스를 중요시하고,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화술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외국인 감독임에도 장기간 선수단을 이끌 수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우승 카퍼레이드'를 꼽았다. 힐만 감독은 "그때 우리를 보며 기뻐하던 팬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SK의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힐만 감독은 SK 구단 관계자들과의 미팅에서 스포테인먼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굉장히 인상 깊다"고 말했다. 그가 니혼햄에서 초창기 보여줘야 했던 것과 일치한다.

사실 KBO리그는 아직 외국인 감독이 낯설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후 외국인 감독이 없었다.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힐만 감독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환영할 수는 없다. 외국인 감독이 있는 것만으로도 반대하는 사람은 늘 있다"는 힐만 감독은 "노력과 시간 투자로 보여주고 싶다. 성공하고 존경받는 감독이 되도록 하겠다"고 누차 강조했다.

2000년대 후반 'SK 왕조' 시대를 만들었던 SK는 최근 몇 시즌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도 기대 이하의 성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어쩌면 힐만 감독의 스타일이 인천 야구 붐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성적 향상과 스포테인먼트. SK와 힐만 감독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외국인 감독 영입으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가 될 것이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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