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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데리고 올 걸 그랬어."
그런데 지난 8월 경기 도중 LG 박용택의 타구에 맞아 팔뚝 골절상을 입었다. 포스트시즌 합류는 가능할 것으로 보였으나 복귀를 앞두고 일본 미야자키 연습 경기 등판에서 어깨 통증이 생기면서 끝내 불발됐다.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 선수들 모두 크게 아쉬워했다.
진짜 아쉬운 이유는 작년의 기억 때문이다. 2003년 두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정재훈은 딱 한 시즌만 빼고 줄곧 두산에서만 뛰었다. 지난해 1년만 롯데 소속이었다. FA 장원준의 보상 선수로 롯데에 갔다가 1군 등판 10경기 평균자책점 7.11로 부진했고, 시즌 후 2차 드래프트에서 다시 친정팀 두산에 복귀했다.
한국시리즈 4차전이 8대1 두산의 승리로 끝나고, 승장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먼저 정재훈의 이름을 꺼냈다. 사실 경기 전 취재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펜 투수들 등판 기회가 없으니 정재훈을 넣어도 되는 것 아니었나"라고 묻자 "그래도 어떻게 그러냐"고 말했던 김 감독이다.
선발 투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던 김태형 감독은 불쑥 "재훈이가 이 자리에 같이 있어서 샴페인도 터트리고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데리고 올 걸 그랬다"며 안타까워했다. 창원 원정에서 우승이 확정되는 바람에 정재훈이 동행하기 쉽지 않았다.
승리 투수 유희관도 정재훈의 이름을 꺼냈다. 유희관은 "재훈이형은 우리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고, 나도 신인 때부터 잘 따랐던 선배다. 함께 우승을 했으면 기쁨이 2배였을텐데 아쉽다. 작년에 형이 롯데에 있을 때 우리가 우승을 했었고, 올해는 부상 때문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본인이 더 안타깝겠지만 이걸로(모자에 새긴 숫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우리가 함께 우승을 해낸 거라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두산의 전력은 내년에도 최상위권으로 예상된다. 내부 FA 단속이 관건이지만, 큰 출혈이 없다면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할 수 있다. 정재훈이 재활을 마치고 복귀해 다음 우승 트로피는 함께 들 수 있을까. 누구보다 동료들이 바라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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