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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마음을 비웠었죠."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기적의 힘을 보여줬었다. 포스트시즌 역대 전적과 확률을 모두 뒤엎고 거둔 성과였다. 김태형 감독은 "그래서 불안한 부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시작된 베어스 역사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다음 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두산은 1982년과 1995년 그리고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었다.
김태형 감독 역시 내심 이런 징크스가 신경 쓰였던 모양.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후 가진 인터뷰에서 "늘 우승 다음 해에 안 좋았던 것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고 했다.
또 한 번의 위기는 올해 여름 찾아왔다. 작년 우승으로 분위기를 탄 두산은 시즌초 김재환, 박건우 등 '김현수 대체자'들이 살아나면서 빠르게 승수를 쌓아나갔다. 김태형 감독도 "시즌 초에 어느 정도 우승에 대한 확신이 생기더라"고 돌아봤다.
그런데 7월에 두산이 주춤했다. 7월초까지도 2위 NC에 7~8경기 차 여유있게 리드를 했었지만, 한 달 동안 8승12패로 승패 마진 -4를 기록했다. 7월 한 달 동안 위닝 시리즈 대신 루징 시리즈가 쌓여 NC의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줄곧 1위를 고수하던 두산은 8월초 두 차례 NC에 1위를 내주기도 했었다. 김태형 감독도 "시즌초에 바짝 고삐를 당기면 안정권에 들어갈 것 같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 1위에 대한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더 잘됐다. 어느 팀이나 한 번쯤 올 수 있는 고비. 그 고비를 넘긴 두산은 막판 탄력을 받아 더욱 높이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2연패까지 순조롭게 흘러갔다.
당사자는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두산은 가장 가파른 페이스로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왕조 시대를 예고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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