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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가 두산 베어스와의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 나성범(27)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나성범은 NC의 3번 타자다. NC 중심 타선 '나테이박'의 출발점이다. 그런 그는 이번 한국시리즈 타석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14타수 2안타(타율 0.143). 1~2차전에서 안타 1개씩 친 게 전부였다.
그는 9월부터 무너진 타격감을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되살려내지 못했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막판 좋은 타구를 만들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선 두산의 '판타스틱4' 선발진을 만나 다시 방망이가 얼어붙었다.
나성범은 타석에서 자신감을 잃었다. 선구안이 좋지 않았다. 맞히는데 급급한 스윙을 하다보니 자신의 배트 타이밍이 흔들렸다. 145㎞ 이상의 빠른 직구에 전혀 타이밍을 맞히지 못했다. 또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던지는 상대 배터리의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이나 파울 타구를 날리며 말려들었다.
전문가들은 나성범의 이번 타격 부진을 경험 부족에서 찾는다. 나성범은 올해까지 정규시즌 3년 연속 타율 3할, 20홈런 이상, 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 중 한 명이며 국가대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성범도 포스트시즌은 이제 3년차다. 2014년 첫 준PO(타율 0.313 1홈런 1타점)를 경험했다. 지난해엔 첫 PO에서 타율 2할6푼3리 2타점을 기록했다.
나성범 같은 성장통을 겪은 스타 플레이어는 적지 않다. 한화 4번 타자 김태균은 2005년 두산과의 준PO에서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당시 야유를 퍼붓는 팬들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었다. 이후 김태균은 국내 최고 타자 대열에 합류했고, 일본 무대를 찍고 친정 한화로 복귀해 지금까지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두산 사령탑 시절 키워냈다고 볼 수 있는 김현수(볼티모어)의 경우도 2000년대 후반 '가을야구'에서 기대이하의 타격감으로 적잖은 애간장을 태웠다. 그랬던 그도 2015시즌 가을야구에선 맹타를 휘둘렀다. 그로 인해 정규시즌 3위 두산은 준PO PO를 통과해 한국시리즈에서 당시 최강 삼성까지 무너트리고 우승할 수 있었다.
나성범은 2016년 가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챔피언 두산 선수들이 4연승으로 정상에 올라 우승 메달을 받고 있을 때 나성범을 비롯한 NC 선수들은 쓸쓸히 라커룸에서 귀가할 채비를 했다. 이런 쓰라린 경험이 결국 나중에 정상에 섰을 때는 귀중한 자산으로 잡을 것이다.
창원=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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