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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얘기부터 해보자.
그런데 김성욱의 대포는 안 맞아도 될 홈런이었다. 포수의 볼배합이 아쉬웠다. 2-1이던 1사 1루에 등장한 그는 초구부터 왼 다리를 오픈했다. 오로지 몸쪽 직구만 노리고 있었다. 박석민과 같은 자세. 하지만 풀카운트에서 LG 배터리가 선택한 결정구는 몸쪽 직구였다. 장타 능력이 있는 김성욱이 놓칠 리 없었다. 이 한 방으로 양 팀의 점수는 4-1. 승부는 여기서 갈렸다.
결국 9구단 NC가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LG 배터리의 아쉬운 볼배합 때문이다. 박석민의 홈런이 아닌 김성욱의 홈런이 치명타였다. 당시 상황을 현장에서 지켜본 한 야구인은 "굳이 몸쪽 승부를 해야했는지 의문이다. 김성욱은 초구부터 왼다리를 열어놨다"며 "단기전에서는 코칭스태프가 늘 홈런을 맞지 말라고 주문한다. 차라리 안타 3개로 1점을 주라고 한다. 홈런이 나오는 순간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는 탓이다"고 했다. 이 야구인은 "데뷔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한 유강남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게임을 치를수록 성장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 큰 경기 경험 부족을 노출했다"고 평했다.
이에 따라 굳이 두산과 NC의 공수주 전력을 낱낱이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양의지가 안방을 지키는 두산, 김태군이 마스크를 쓰는 NC는 포수 무게감에서부터 차이가 상당하다. 두산이 절대 우위에 있다는 얘기다. 그간 김태군은 몇 차례 포스트시즌을 치렀다곤 하나 여전히 불안하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김경문 감독이 두 번이나 벤치를 박차고 나와 안정시켰고, 에이스 에릭 해커와는 사인이 맞지 않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지친 LG 타자들이었기에 찬스를 못 살렸을 뿐, 안정된 리드는 아니었다고 봐야 한다.
하나 더, 두산은 NC의 4경기를 모두 지켜봤다. 마운드 운용 방식, 볼배합, 선수들 컨디션, 벤치 작전 등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 공략해야 할 선수, 경계해야 할 선수에 대한 구분도 됐다. 반면 NC는 두산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전혀 모른다. 이미 공개된 판타스틱4의 등판 순서(1차전 니퍼트-2차전 장원준-3차전 보우덴-4차전 유희관)만 알고 시리즈에 들어간다. 현재 NC가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건 플레이오프 4경기를 하면서 끌어올린 경기 감각뿐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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