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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투. 쉽게 말해 투수 잘못이라는 얘기다. 포일. 포수 잘못이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포일 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여기서 1루 주자 박석민이 2루로 뛰었다. 걸음이 빠르지 않지만 득점권 진루를 위해 승부를 걸었다. 정상호가 재빨리 공을 잡아 송구를 했지만 조금 짧으면서 2사 2루. 류제국은 괜찮다는 신호를 포수에게 보냈다. 가볍게 웃어 넘기는 여유를 보였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포함해 산전수전 다 겪었기에 '멘탈 붕괴'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의 투구수다. 정상호가 옆으로 흘린 직구는 이날 류제국이 던진 108번째 공이었다. 투수교체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경기 초반 유지한 악력과 손끝 감각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LG는 6회까지 류제국이 책임져주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7회 선두 타자 때부터 불펜을 투입해 두 번째 투수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을 테다.
정찬헌이었다. 양상문 LG 감독이 믿는 필승조 일원. 140㎞ 후반대의 직구, 너클 커브가 일품이다. 한 때 LG 마무리로 거론될만큼 묵직한 구위를 자랑한다.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4⅓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1,2차전에 모두 등판해 1⅓이닝 1안타 무실점을 했다. 지난 4월 중순 목뼈 수술을 받은 뒤 9월 중순에야 마운드에 섰지만, 구위를 회복했다.
다만 이날 등판은 앞선 경기와 달리 불안했다. 류제국과 비슷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캡틴 류제국의 주무기도 커브, 정찬헌도 커브를 위닝샷으로 던진다. 손에서 놓는 타점과 휘는 각도가 다르지만 타자는 상대적으로 대처가 쉽다. 2년 전 두산 베어스가 2m 장신 듀오 니퍼트와 볼스테드를 원투 펀치로 붙여 쓰다 결국 떨어뜨려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운드에 올라온 정찬헌은 2사 1,2루에서 김태군에게 초구로 커브를 던지다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한 가운데로 들어온 실투. 가뜩이나 당시 김태군의 스윙을 봤을 때 오직 완벽히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다.
만약 정상호가 제대로만 잡았다면. 류제국이 손시헌을 볼넷으로 내보내지 않았다면. 포일 하나가 만든 후폭풍이다. 연장 11회 졸전과 혈투 끝에 LG가 끝내기 승리를 거뒀지만, 이 포일로 경기를 내줄 뻔했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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