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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NC의 결정적 차이, 베테랑 노림수.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10-23 10:08


2016 KBO 포스트시즌 LG와 NC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22일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1루 NC 박석민이 좌월 투런포를 치고 들어오며 환호하고 있다.
마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22/

NC 다이노스가 1,2타선을 따낸 결정적인 이유. 베테랑 타자들의 노림수다. 리빌딩과 성적을 동시에 거머쥔 LG 트윈스이지만, '경험', '노림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LG에는 이호준, 박석민 같은 타자가 없다.

2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2차전. 박석민은 0-0이던 2회 무사 1루에서 첫 타석을 맞이했다. 마운드에는 상대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 직구-체인지업만 머릿속에 그리면 됐다. 직구는 90% 이상이 몸쪽이다. 박석민은 초구가 날아오자 왼 다리를 살짝 오픈시켜 몸쪽 직구에 대비했다. 직구라면 바로 방망이를 돌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체인지업이었다.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살짝 공이 꺾여 흘러나갔다. 순간 흠칫 놀라며 몸을 뒤로 뺀 박석민. 계속된 볼카운트 2B에서는 특유의 '트리플 악셀'을 했다. 3구째 체인지업에 헛스윙을 하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이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박석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왼 다리 오픈, 트리플 악셀이 시사하는 게 컸기 때문이다.

박석민은 리그에서 노림수가 가장 빼어난 걸로 유명하다. 그토록 치기 어렵다는 몸쪽 직구에 대한 반응이 탁월한 것은 게스 히팅으로 왼 다리를 미리 오픈시켜 놓기 때문이다. 또 트리플 악셀은 컨디션이 좋을 때 나온다. 그는 "나도 모르게 나오는 동작이다. 공이 잘 보이거나 몸이 가벼울 때 종종 돈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7회 쏘아올린 결승포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LG 배터리가 좀 더 신중해야 했다. 볼카운트 1B2S, 허프는 148㎞ 직구를 제대로 뿌렸지만 박석민의 스킬이 한 수 위였다. 다른 타자라면 맞혀야 파울밖에 안 되는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겨 버렸다. 첫 타석, 초구 때 나온 반응, 거기다 트리플악셀까지 선보였다면 박석민의 노림수를 더 철저히 경계해야 했다.


박석민 홈런 그래픽.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NC다이노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21일 창원 마산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NC 이호준이 9회말 1사 1,2루에서 1타점 동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창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10.21/
LG는 이미 전날 이호준의 노림수에 제대로 당했다. 이호준은 21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영웅이었다. 1-2이던 9회 1사 1,2루에서 대타로 출전, 우전 적시타로 날렸다. 그는 볼카운트 3B에서 거푸 날아온 김지용의 바깥쪽 슬라이더에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6구째 같은 코스로 날아온 슬라이더를 툭 밀어쳐 타점을 올렸다. 왜 그가 역대 최고령인 40세 8개월 13일의 나이에도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5구째 슬라이더에 대한 반응이 힌트였다. 그는 3B1S에서 이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1루로 걸어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주심에게는 들어온 것이 맞냐고 재차 확인하면서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6구째 슬라이더를 기막히게 때렸다. 예상된 공이 들어오자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타구를 보냈다.

일전에 두산 베어스 강인권 코치는 이호준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벤치에서 보면 신기할 때가 많다. 무엇을 노리는지 잘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 꼭 한 방씩 친다. 노림수가 대단하다"라고.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NC에서도 코치 생활을 한 그는 "이호준 같은 타자는 정말 볼배합을 하기 힘들다"고 했다.


결국 NC에는 있고, LG에는 부족한 점이 바로 이런 노림수다. 양 팀 외인들이 모두 '엄청난' 공을 뿌려 안타 1개도 치기 힘든 상황에서 경험과 노림수로 승자와 패자의 얼굴이 가려지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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