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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17일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4년 동안 따뜻하게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넥센 감독으로서 4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우승하고 싶었지만 제 역량이 부족해서 구단과 팬들에게 우승을 못이뤄드린것 같아서 죄송하다"면서 "실패의 책임은 감독인 저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오늘부로 감독직을 물러날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대위기였다. 전문가들이 올 시즌 넥센을 꼴찌 후보로 점친 이유다. 하지만 염 감독은 빠르게 팀 전력을 재정비해 선수단이 동요하지 않도록 했다. 일단 일찌감치 4선발로 낙점된 김세현에게 "마무리할 의사가 있나. 원한다면 마무리로, 아니면 계속 선발을 하라. 하기 싫은 보직을 시키지는 않겠다"고 의견을 물었다. 김세현의 답은 "마무리를 한 번 해보겠다"는 것. 줄곧 눈 여겨 본 신재영에게도 "제구가 좋으니 변화구를 좀 더 가다듬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선발로 뛸 준비를 하라. 너의 장점만 살리라"는 지시를 했다. 다시 말해 한현희와 조상우가 갑작스럽게 이탈하며 새 판을 짜야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플랜 B, 플랜 C를 가동했다.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가능했던 빠른 대처였다. 그리고 이 같은 빠른 판단과 결단이 팀을 정규시즌 3위로 이끈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야구인 선배들조차 놀란 넥센의 반전이었다.
하지만 내년 시즌 더 강해질 넥센을 앞두고 그는 스스로 옷을 벗었다. 남은 계약기간 1년 동안 한현희와 조상우, 김택형, 강윤구, 박정음 등 재활을 마친 선수를 모두 가동해 올해 하지 못한 야구를 펼칠 수 있음에도 "내가 책임지겠다"고 홀연히 떠났다. 이 과정에서 내년 시즌 염 감독이 SK 와이번스 지휘봉을 잡는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다른 구단에서도 염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해 접촉을 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그는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우리 팀을 너무 흔든다. 지금은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집중해야 할 때다. 왜 자꾸 이런 말들이 나오는지…"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올 시즌 자신의 목표인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에 실패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황에서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결국 "팬들에 미안하고 구단에 감사하다"며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아마야구 발전을 위한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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