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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의 올시즌 팀 전체 연봉은 40억5800만원이다. 지난해 54억5000만원에서 무려 22.6%나 낮아졌다. 거액 연봉 선수들이 대거 빠져 나갔기 때문. 총연봉 1위인 한화 이글스 102억1000만원의 40%밖에 안되는 액수다. 1군 데뷔 2년차인 젊은 선수들이 많은 kt 위즈의 43억5200만원보다도 적은 10개 팀 중 연봉 꼴찌다. 이런 적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로 넥센은 3위의 성적을 올렸다.
염 감독 리더십의 핵심은 유연한 사고다. 무조건 자신만의 야구 철학을 강요하지 않는다. 상황에 맞추고, 선수에 맞춘다. 그러면서 최적의 결과를 찾아낸다.
넥센의 외야수 고종욱이 대표적인 예다. 고종욱은 볼넷이 별로 없는 공격적인 선수로 유명하다. 지도자에 따라서는 고종욱에게 "무조건 치지만 말고 볼을 골라내라"고 지시를 할 수도 있지만 염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그의 타격 능력을 인정하고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유도했다. 고종욱은 지난해 3할1푼을 기록했고, 올해는 3할3푼4리의 고타율로 넥센의 3위 등극에 큰 역할을 했다.
염 감독의 야구의 기본은 자율이다. 누가 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스스로 느껴서 해야지 발전할 수 있다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항상 선수들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 부여에 초점을 맞춘다. 전지훈련에서도 기본적인 훈련만 모든 선수들이 참여한다. 이후 주전급은 모두 자율적으로 하고 싶은 훈련을 하게 한다. 스스로 부족한 면을 생각해서 훈련을 해야 훈련의 능률도 오른다고 그는 믿는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한현희가 수술을 받겠다고 했을 때 염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수술을 받을 정도로 나쁘지 않았고, 관리를 받으면서 던지면 1∼2년은 더 지금과 같이 던질 수 있다고 봤지만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못하게 하면 본인이 잘 던지고 싶겠나. 그런 마음이 들면 아무리 마음을 잡으려해도 안된다. 결국 본인도 손해고 팀도 손해가 될 수 있다"며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좋은 것은 받아들인다
염 감독은 성공한 감독들의 장점을 연구했고, 이를 자신의 야구에 받아들였다. NC의 김경문 감독에게선 야구장을 활용하는 법을 벤치마킹했다. 작은 목동구장 시절엔 박병호 강정호 유한준 등 장타자가 많아 홈런과 장타로 승부를 봤지만 고척돔으로 옮긴 올해는 팀 컬러를 수비와 기동력으로 바꿨다. 그리고 넥센은 올시즌 가장 많은 3루타와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팀이 됐다.
로이스터 감독의 체력 관리에 김성근 감독의 세밀함을 더해 염경엽의 야구를 만들어 냈다. 훈련량은 많지 않고 휴식일은 철저히 지키면서도 상대의 허점은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솔직하게, 적절한 때에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 그동안 봐왔던 선수들의 능력치를 고려해 주전과 비주전을 일찌감치 나누고 역할을 부여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그 역할에 맞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당장 주전이 되지 못하는 선수에게 주전이 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심어주었다가 나중에 허탈감에 야구에 대한 열정이 식기 보다는 솔직하게 현재 그 선수의 능력치를 말해줌으로써 그 선수가 더 열심히 노력하도록 한다.
조언을 해줄 때도 솔직하게 말하는 염 감독이다. 그러나 그 시기는 선수가 납득을 할 수 있을 때다. 그 선수가 그렇게 느끼지 않을땐 아무리 말을 해줘봤자 제대로 듣지않을 게 뻔하기 때문. 전반기에 맹활약한 신재영이 후반기 초반 부진에 빠졌을 때 염 감독은 신재영에게 그제서야 구종 추가를 조언했다.
인정할건 인정해야 고친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고치려고 한다. 그것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길이라 생각한다. 조상우가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을 받게됐을 때 지난해 많이 던진 것이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염 감독은 이를 인정했다. 염 감독은 "관리를 해준다고 했지만 그래도 결국 무리가 된 측면도 있는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올시즌 주축 불펜인 김상수와 이보근 김세현 등은 투구수에 따른 연투 원칙을 철저히 지켰고, 올시즌이 1군 데뷔였던 신재영은 항상 100개 이하의 공을 던지게 하고 충분한 휴식을 줬다.
염 감독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에이스 밴헤켄을 2선발로 돌리는 파격적인 선발로테이션을 가져갔다. 3선발 체제로 운영하며 밴헤켄을 2차전과 5차전에 맞추는 전략을 쓴 것. 맥그레거의 선발 시도가 실패하며 결국 염 감독의 계산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런 성적을 거둔 것만으로도 넥센은 올시즌 가장 팬들을 놀라게한 팀이 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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