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승부는 결국 실책에서 갈렸다고 봐야 한다.
넥센 벤치는 다시 필승조의 일원인 김상수를 투입했다. 첫 타자 채은성은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두르며 적극성을 보였다. 볼카운트 1B2S까지 김상수가 던진 공은 5개. 이 가운데 파울이 4개였다. 헌데 5구째 1루 파울지역으로 높이 솟구친 타구를 넥센 1루수 윤석민이 잡지 못했다. 타구를 착실히 쫓아간 윤석민은 낙하지점을 제대로 판단한 듯했지만, 공은 미트를 맞고 밑으로 떨어졌다.
실책이 주어질만한 상황인데, 전광판 'E(에러)'란에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기록상 실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잡힐 줄 알았던 타구를 놓쳤으니 투수가 느낄 허탈감은 상상 이상이다. 김상수는 6구째를 몸쪽으로 붙이려 했으나, 채은성의 유니폼 상의에 스쳐 사구가 됐다. 3루주자 박용택이 홈을 밟아 스코어는 4-3, 한 점차로 좁혀졌다. 이어 양석환이 유격수 깊은 땅볼로 히메네스를 불러들여 4-4 동점. 윤석민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2실점으로 연결된 셈이다. 만일 윤석민이 제대로 처리했다면, 상황은 1사 만루가 됐을 것이고 흐름이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날 KBO 기록원은 윤석민의 실수가 '실책'은 아니라고 봤다. 경기 직후 김제원 KBO 기록위원장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김 위원장은 "구단 관계자들이나 팬들, 당사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실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록은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채은성의 타구는 윤석민이 등을 지고 쫓아가서 잡으려고 한 상황이었다.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만일 페어 지역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어도 실책이 아닌 안타로 기록됐을 만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어떤 기록을 하느냐에 따라 투수와 타자 모두 영향을 받는다. 미국과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타자 쪽에 약간 유리한 기록을 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 선수들의 수비 실력을 냉정하게 보면 메이저리그 선수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객관적 상황과 KBO리그의 수비 수준까지 감안해 실책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날 경기가 분위기가 초반 넥센의 흐름에서 중반 LG로 넘어간 것은 윤석민의 수비 실수 때문이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