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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LG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서울 잠실구장에서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를 펼쳤다. 8회 LG 오지환이 역전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1루에서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는 오지환.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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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께서 힘들었던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셨을까요?"
LG 트윈스 팬들에게 유격수 오지환은 그야말로 애증의 존재입니다. 2009년 1차 지명을 받고 많은 기대 속에 쌍둥이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마땅한 유격수 자원이 없었고, 고교시절 최고의 유격수로 각광받았던 오지환이기에 이듬해부터 주전으로 도약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죠. 남자다운 얼굴, 터질 것 같은 허벅지, 그리고 화려한 플레이에 많은 여성팬들이 마음을 빼았겼죠. 하지만 늘 2% 아쉬운 선수로 평가받았습니다. 줄어들지 않는 실책, 3할 언저리에도 가지 못하는 타율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조금 실력이 무르익는다 하면 한숨이 터져나오게 만드는 클러치 실책으로 늘 도마에 올랐던 오지환이었습니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 전 만난 오지환에게 "이제는 수비 나갈 때 안 떨리느냐"고 묻자 "처음에 워낙 크게 사고를 쳐서, 이제는 괜찮아요. 저는 포스트시즌 첫 번째 경기 때 늘 붕 떠있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팀이 잘 올라와서 다행이예요"라고 말하더군요. 오지환은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회 상대에 2점을 헌납하는 결정적 실책을 저질러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사실 매우 어려운 타구였어요. 유격수쪽으로 땅볼이 오는 데 공을 잡기 직전 2루 주자가 공을 가렸죠. 그리고, 공을 잡으려는 찰나 약간의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며 공이 튀어 올랐습니다. 기록원은 실책을 줬지만, 사실 안타를 줬어도 될 타구였어요. 오지환은 그 때를 돌이키며 "지금 와서 얘기하지만, 사실 정말 처리하기 까다로운 타구였어요. 중요한 경기 무조건 잡아내야 하는 게 제 숙명이기도 하고, 무조건 제 잘못인 건 맞지만 그게 정말 처리하기 어려웠던 타구라는 걸 팬들께서 조금은 알아주시기는 할까요?"라고 묻더군요.
사실 오지환은 겉으로 보기에 매우 강해보이지만, 제가 만난 그 어떤 선수보다 여리고 고운 심성을 갖고 있습니다. 큰 실책 하나를 저지른 후 덕아웃에서 보면 눈물을 글썽글썽 거릴 정도로 속상해 하는 모습도 많이 봤습니다. 이런 심성을 가진 사람, 프로 야구 선수라는 직업을 갖기 힘듭니다. 조금만 못하면, 앞 뒤 가리지 않고 욕이 날아들어옵니다. 이게 마음 속에 쌓이면 그 다음 플레이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친 관심과 사랑이 어린 나이부터 주전으로 커온 오지환에게는 큰 부담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오지환도 이제 8년차. 많이 강해졌습니다. 4차전에서도 이제 수비 실책은 안하겠다더니 2회 땅볼 타구를 글러브로 잡지 못하고 파울 라인 바깥쪽으로 굴리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죠. 원래의 오지환이라면 그 충격에 타격에도 지장을 받았을텐데, 이날은 8회 극적인 결승타 포함 4안타를 때려냈습니다. 지나간 일은 빨리 잊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한거죠. 그렇게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MVP라는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정말 잘 성장했다는 증거, 이날 플레이 말고 어떤 걸로 보여줘야 할까요.
오지환은 이제 올시즌을 마치고 군대에 가야합니다. LG 팬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오지환이 없는 LG를 상상해보신 적 있습니까. 잘 못할 때는 그 어떤 선수보다 많은 비난을 하셨겠지만, 이 비난은 그가 다시 그라운드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욕하고 싶어도, 2년 동안 욕 못합니다. 있을 때는 몰라도, 없을 때는 그 공백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선수가 바로 오지환입니다. 팬들이 오지환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하나 뿐일 것 같습니다. 남은 포스트시즌, 그를 위해 비난 아닌 응원해 주시는 일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오지환의 성격, 비난에는 약한데 또 이런 스타일이 칭찬 들으면 더욱 날아다닙니다. 제 말이 틀린 지 직접 확인해보시죠.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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