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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LG 감독은 12일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출전선수 엔트리를 공개했다. 외야수 이병규(7번)와 이형종을 뺐다. 대신 마운드를 보강했다. 이병규는 최근 부진하지만 한방과 찬스포를 지닌 베테랑 타자다. 가을야구는 '경험 싸움'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주눅들지 않고 평소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훌륭한 대타 요원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양 감독은 과감하게 이병규를 제외시켰다. 선택과 집중을 했다.
야구 감독의 선택과 집중은 여느 로드맵과 다르다. 직접 플레이 대신 선수들의 활약과 결과물에 따라 지도력을 평가받는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양 감독은 올해 그 누구보다 다이내믹한 시즌을 보냈다. 2014년 기적의 가을야구로 일약 영웅이 됐으나 지난해 9위로 최악의 비난을 받았다. 올시즌에 앞서 "내가 떠나도 '그래도' 강팀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했는데 리빌딩과 성적을 한꺼번에 손에 쥐었다. 지난 7월만 해도 LG는 8위였다. 외국인투수 영입이 늦어지고 선수들의 부상이 겹쳤고,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여줬던 포수 정상호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외부 수혈도 없었다.
'무능하다'는 플래카드가 홈경기가 치러지는 잠실구장에 내걸렸다. 양 감독은 "그 메시지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짧게 내다본 작업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2016년 LG의 도전. 이제 제3막이 열릴 참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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