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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터 노에시가 도대체 어떤 선수일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KIA 스카우트팀이 헥터와 계약을 하기 위해 도미니카집에 찾아갔을 때,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우리 남편은 정말 점잖다"고. 애리조나 1차 캠프에서 지켜본 팀 사람들도 "헥터는 매너 좋고 진중한 선수"라고 했습니다.
이게 웬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직접 처음 만난 헥터는 남미 출신 선수 그 자체였습니다. 다른 도미니칸 선수들보다 목소리 톤만 더 낮을 뿐 처음 만난 사람들을 신기해하고, 말도 많고, 장난도 많이 치는 젊은 선수였습니다. 구단 관계자와 "우리가 속았다"며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1년 동안 헥터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꼭 인정해주고 싶었던 게 있습니다. 야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입니다. 헥터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죠. "남미 출신 선수들은 게으르고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꼭 깨고싶다." 행동으로, 결과로 보여줬으니 충분하지 않을까요?
10일 열린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헥터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이기도 했죠. "긴장하지 않는다"며 여유있는 척 했지만 솔직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헥터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고, KBO리그는 관중 분위기에 외국인 선수들이 압도당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보냈다고 해도 포스트시즌 긴장감은 외국인이 아니라 외계인이어도 감당하기 힘들죠.
그러나 헥터는 분명 에이스다웠습니다. 코칭스태프가 고민 끝에 양현종 대신 자신을 1차전 선발로 낙점한 이유를 승리로 갚았으니까요.
헥터에게 제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은 없나요? 한국에서 계속 뛰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헥터는 이렇게 대답했었습니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늘 내 꿈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운 좋게 그 꿈을 이뤘죠. 그러니 미련은 남아있지 않아요. 한국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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