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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두산 베어스는 '기록 제조기'라 불릴만 하다. KBO리그 한 시즌 최다승 신기록(93승), 사상 첫 15승 투수 4명 배출, 10승부터 90승까지 10승 단위를 모조리 선점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한 시즌 최다 타점(877개) 최다 득점(935점)을 갈아치웠고, 팀 타율 (0.298) 팀 평균자책점(4.45)도 1위에 올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선수 개별적으로도 숱한 의미있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불펜은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한편으로 개막 후 최다 경기 노블론세이브에 성공하기도 했다. 올해 두산이 써내려간 기록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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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는 올 시즌 두산의 '히트 상품'이다. 톱타자 중책을 맡아 132경기 타율 3할3푼5리(484타수 162안타) 20홈런 83타점 17도루를 기록했다. 그런 그가 '사이클링 히트'를 쳤다.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5회 2루타, 6회 홈런, 8회 1루타, 9회 3루타를 몰아쳤다. 개인 최초이자 역대 20번째 나온 대기록. 팀 내에서는 전신 OB를 포함해 임형석(1992), 이종욱(2009), 오재원(2014)에 이어 4번째 나온 기록이다. 최연소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올 시즌 자신의 부러진 방망이에 머리를 맞은 KIA 팬에게 사인 배트를 선물하는 등 인성도 좋다.
김재환이 입단 8년 만에 마침내 빛을 봤다. 인천고 시절 대형 포수로 주목받다가 정작 1군에서 존재감이 없었지만,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빠진 올 시즌 최고의 4번 타자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그는 134경기에서 타율 3할2푼5리(492타수 107안타), 37홈런 124타점 107득점을 수확했다. 두산 토종 타자 및 좌타자 최초로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 고지에 올랐다. 두산은 김재환의 활약 덕분에 팀 최다 타점, 득점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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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 새로운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의 평가는 엇갈렸다. 타점은 높고 직구가 좋아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이미 일본 무대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실패했다는 불안감이 공존했다. 하지만 그는 18승7패, 3.80의 평균자책점으로 더할 나위 없는 피칭을 했다. 지난 6월 30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는 9이닝 무안타 사4구 4개 무실점 피칭으로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작성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등판에서도 5이닝 동안 안타를 맞지 않으며 사상 최초로 14이닝 연속 노히트 기록까지 썼다. 보우덴은 "야수들의 도움 없인 내 기록도 없었다"며 선수단에게 미국 정통 바비큐를 대접했다.
▲장원준 좌완 최최 7년 연속 10승
장원준은 롯데 시절보다 한 단계 성장했다. 투구 패턴이 달라졌고, 스스로 "체인지업이 더 좋아졌다"고 했다. 그 결과 두산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2015시즌 12승12패 4.0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올해도 15승6패 3.32의 평균자책점으로 최동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의미있는 기록으로는 좌완 최초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들 수 있는데, 지난 7월 19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0승째를 거뒀다.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광현(SK 와이번스) 류현진(LA 다저스)도 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우완 투수로 범위를 넓혀도 이강철, 정민철 등 2명 뿐이다.
▲니퍼트 KBO리그 6년 차 20승
니퍼트를 위한, 니퍼트에 의한, 니퍼트의 한 해였다. 그는 올해 28경기(선발 27경기)에 등판해 22승3패 2.95의 평균자책점으로 투수 3관왕에 올랐다.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0.880) 부문 1위다. 그는 다니엘 리오스가 갖고 있던 구단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리그에서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다. 그는 지난 5월 중순 교통사고를 당해 한 동안 목과 허리 통증을 호소했으나, 결국 20승 고지에 올랐다. 6월 21일 잠실 kt 위즈전에서는 6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다가 감기 기운으로 자진 강판했다. 당시 그는 "1-0이었다면 당연히 더 던졌을 것이다. 11-0이니 내가 아니더라도 팀이 이길 수 있다"고 말해 적잖은 감동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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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불펜이지만 한편으론 한국 프로야구 새 역사를 쓴 두산 불펜이다. KBO가 지난 2007년부터 블론 세이브를 집계한 이래 두산 불펜은 개막 후 최다 연속 경기 노블론 세이브 신기록을 작성했다. 정재훈, 이현승 등 두 명의 베테랑이 중심이 돼 4월1일 대구 삼성전부터 6월1일 창원 NC전까지 50경기 연속 팀 리드를 지켰다. 이는 2007년 KIA가 세운 37경기를 13경기나 늘린 기록이다. 젊은 투수들이 좀처럼 밸런스를 잡지 못한 가운데서 나온 의미 있는 숫자다. 이후 정재훈은 수술, 이현승은 후반기 주춤했지만 두 베테랑이 있었기에 두산이 전반기 엄청난 승수를 쌓은 것도 사실이다.
▲'화요 베어스'와 한 경기 최다 폭투
올해 두산이 압도적인 승률을 찍은 건 한 주의 시작을 늘 기분 좋게 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15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올해 8월 중순까지 '화요일'에는 무조건 이겼다. 무려 19연승. 이후 343일 만인 8월 23일 잠실 LG전에서 패했지만 상대 팀은 화요일 두산을 극도로 꺼렸다.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있다. 한 경기 최다 폭투다. 두산은 지난 7월30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4명의 폭투를 범했다. 한화 역시 3개를 기록하며 양 팀이 7개를 합작했다. 이는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폭투. 종전 기록은 6개였다. 1997년 5월 16일 전주 해태-쌍방울전 외 총 11차례 있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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