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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김기태 KIA 감독의 뜻대로였다. 10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은 LG 선발 허프의 강력한 구위에 주목했다. 어차피 뚫지 못하면 진다. 왼손 투수에 강한 필을 2번에 배치시켰다. 마운드는 에이스 양현종 대신 외국인투수 헥터를 선발로 내보냈다. 양현종은 LG전에 강했지만 허프와의 맞대결 성적(2경기 모두 허프 선발승)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KIA는 4번째나 다름없는 백업포수 한승택을 선발로 내세웠다. 모험이었다. 그리고 경기 예언도 했다. 최고 변수는 "기본적인 실책 여부"라고 말했다. 경기는 김 감독 머릿속 그림처럼 펼쳐졌다.
KIA 선발 헥터는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동료들의 도움을 등에 업고 7회까지 무실점. 8회 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7이닝 동안 5안타 2실점(1자책)으로 PS무대 첫 선발승을 따냈다. 헥터는 경기MVP에 선정됐다. 부상은 타이어상품권(100만원 상당) LG선발 허프는 3회까지 무실점이었으나 4회초 수비실책으로 실점했고, 패전 멍에까지 썼다.
운명의 4회초. LG 수비실책이 KIA 타선을 깨웠다. KIA의 1사 2,3루 찬스. 5번 이범호가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LG로선 악몽같은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2사 2,3루에서 6번 안치홍의 타구는 빠르게 바운드 되며 유격수쪽으로 흘렀다. LG 유격수 오지환은 앞으로 다가서지 않고, 뒤로 물러서다 바운드를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볼은 몸에 맞고 튀기며 중견수쪽으로 흘렀다. 2루주자와 3루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오지환은 1회에도 볼을 잡았다 놓치며 3번 김주찬을 1루에 내보내기도 했다. 오지환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한 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KIA의 2-0 리드.
KIA는 6회초 선두 2번 필이 또다시 우익선상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김기태 감독이 왼손 선발 허프를 겨냥해 라인업을 흔들었는데 주효했다. 이어진 1사 3루에서 4번 나지완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때 필은 홈을 터치했다. KIA의 3-0 리드. 8회초에는 김주찬이 2사 2루에서 우전 적시타로 4점째를 뽑았다. 4-0 리드. 필은 팀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4타수 2안타 2득점. 최고 테이블세터로의 변신이었다.
LG는 8회말에 첫득점을 올렸다. 수비 실책을 2개나 했던 선두 6번 오지환이 우익선상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7번 정성훈의 유격수 플라이를 KIA 유격수 김선빈이 잡았다 놓쳤다. 김선빈은 2개의 호수비 뒤에 수비실책을 했다.무사 1,2루에서 8번 유강남이 툭 갖다댄 타구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KIA는 헥터를 내리고 왼손 고효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LG에 대단한 찬스가 도래했지만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 고효준의 폭투때 3루 대주자 황목치승이 홈을 밟았으나 1루주자 유강남이 2루를 터치한 뒤 주춤 주춤 하다 3루를 노렸다. 1루측 LG 덕아웃앞에서 볼을 잡은 KIA 포수 한승택의 송구는 정확했고, 유강남은 서서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추가 실점을 막은 선수 역시 김 감독이 선택한 한승택이었다. LG로선 4-2로 따라붙은 뒤 무사 2루가 될 수 있었는데 1사 주자없는 상황이 됐다. LG는 이후 추가점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LG 허프는 7이닝 동안 4안타 7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지만 불운에 울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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