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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아닌 동행' KIA, 어떻게 하위권 전망 뒤집었나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6-10-06 06:30


2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KIA가 5-2로 역전승을 거두며 4연승을 질주했다. 김기태 감독이 경기를 마치고 주장인 이범호 등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올 시즌 개막전 KIA 타이거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예측했던 전문가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예상을 뒤집었다. 김기태 감독의 동행야구는 성공적이다.

김기태 감독 부임 첫 해였던 지난해. KIA는 냉정히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이 아니었다. 어린 선수들은 생갭다 빨리 성장하지 못했고 특별한 외부 영입도 없었다. 3년간 팀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위축된 상태. 그래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분위기 쇄신이었다. 지난해 결국 7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그 성적이 기대에 못미쳤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유망주 발굴과 베테랑들의 의욕. 무엇보다 달라진 팀 분위기가 희망을 내다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올해도 사실 특별한 전력 보강은 없었다. 임창용을 영입했지만 KBO 징계 때문에 시즌 절반이 지나서야 쓸 수 있었다. 주전 키스톤 콤비였던 안치홍, 김선빈이 막판 돌아올 수 있다고 해도 늘 '팀이 5강 싸움을 하고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었다. 걸출한 외국인 투수 2명(헥터, 지크)과 양현종, 윤석민 등 강력한 투수들을 앞세워 선발야구가 기대됐지만, 이 역시 부상 변수에 묶여 예상과 달랐다.

그래서 지난해 희망을 남기고 시즌을 마쳤지만 올해 KIA의 성적 예측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하위권을 예상했다. 투·타 개성이 뚜렷한 경쟁팀들에 비해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구단 관계자들의 전망도 '반신반의'였다. 올해까지는 팀의 체질을 바꿔가는 시기로 보고, 내년을 기약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KIA가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막 티켓을 따내면서 이런 예측들을 모두 뒤집었다. '리빌딩에도 승리가 필요하다'는 KIA 코칭스태프의 기조가 효과를 봤다.

과거 김기태 감독을 상징하는 단어는 '형님야구'였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코치진, 선수단을 사로잡는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김기태 감독은 베테랑들에게 확실한 대우를 해주고, 선수들과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벽을 허문다. 물론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 할 예의와 기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하기도 하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올해 '형님야구'보다 '동행야구'를 내세웠다. 자신이 형님으로 앞서 이끄는 야구가 아닌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그리고 구단 관계자까지 모두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향해 걷는 야구"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KIA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할 수 있었던 힘도 여기에 있다. 리그 상위권 전력은 결코 아니지만, 개개인의 성적이 조금씩 성장했다. 작은 힘이 모여서 큰 목표를 이룬 것이다.

KIA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선수단 전체가 합심해 큰 무대에 선다는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중요할 때에 더 힘을 못쓰던 하위권팀에서 벗어날 절호의 찬스다. 김기태 감독과 동행하는 KIA 선수단은 이번 가을 어떤 이야기를 만들까. 그래서 내년이 더 기대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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