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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신기록을 세웠으면 좋겠다."
박 회장의 야구 사랑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일화는 또 있다. 올 3월 두산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그는 작년까지 언론과 대면 인터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두산에 몸 담은 31년 동안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그러다 두산이 2015시즌 극적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하자 마침내 기자와 마주했다. 경제지, 종합지가 아닌 스포츠신문이었다. 예상대로 인터뷰 내용은 대부분 야구였고 그의 야구 사랑이 고스란히 팬들에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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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신기록은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이다. 2000년 현대가 작성한 91승이 그것이다. 박 구단주는 10승부터 90승까지 10승 단위를 모조리 선점한 올 시즌 역대 최다승 기록까지 경신해 '완벽한 우승'에 방점을 원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 잔여 경기가 많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고지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이런 마음은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내색하지 않았으나 다들 92승 이상을 노리고 있었다. 특히 베테랑들은 "이런 기회가 다신 오지 않을 수 있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다. 또 "시즌 막판 느슨하게 플레이 했다가 가을 야구에서 감을 잃을 수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동안 평균 이닝수, 투구수가 많은 선발진에 긴 휴식을 부여한 탓인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대구 삼성전 3대4 패배, 27일 대전 한화전 8대9 패배 등 잇따라 1점차로 무너졌다. 28일 한화를 12대3으로 꺾은 뒤에는 29일 잠실 넥센전 1대9, 3일 잠실 한화전 5대13 등 2경기 연속 대패했다. 선수들 눈빛에서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나온 시점이다.
하지만 결국 두산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은 완성됐다. 4일 롯데와의 연장 혈투 끝에 6대5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두산은 4-4이던 연장 10회초 1점을 내줘 핀치에 몰렸으나 곧장 이어진 공격에서 정진호가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롯데 마무리 손승락을 상대로 야수들이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결과다.
그렇게 두산 선수단은 회장님의 부탁에 응답했다. 8일 LG와의 시즌 최종전이 남아있지만, 올해 두산은 이미 많은 걸 이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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