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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휩쓸고 있는 2016시즌 KBO리그에선 정말 잘 치는 타자들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타자 제도가 부활한 2014시즌, 타율 3할 이상인 선수는 36명이었다. 2015시즌 28명으로 약간 줄었다가 다시 올해 41명으로 치솟았다.
홈런과 타점도 마찬가지다. 30홈런 이상을 친 선수도 올해 7명이다. 2014시즌 7명, 지난해 6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100타점은 올해 12명. 최종적으로 시즌을 마칠 경우 한두 명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14명이었고, 2014시즌엔 7명이었다.
KBO리그는 경기의 재미를 더하는 차원에서 2014시즌부터 외국인 타자를 1명씩 의무화하기로 변화를 주었다.
타자 1명을 바꾼 것 뿐인데 그 효과는 바로 크게 나타났다. 이번 시즌까지 3년 동안 타자들이 득세했고, 투수들은 기를 펴지 못했다. 투수들의 성적 지표들은 전부 떨어졌다. 평균자책점은 치솟았고, 10승 이상을 안정적으로 해줄 수 있는 A급 선발 투수들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타자와 경쟁하면서 투수 보다 토종 타자들의 기량이 늘었다"고 말한다. 올해 타율 톱 10안에는 전부 국내 선수만 있다. 외국인 선수 타율 1위는 한화 로사리오(0.321)로 전체 19위다. 지금 페이스라면 외국인 타자가 없어도 '타고투저' 현상이 바로 '투고타저'로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이런 타격 인플레이션 분위기는 타자 평가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자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김인식 WBC 국가대표팀 감독은 "타자들의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노력도 많이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KBO리그를 보면 타자들이 잘 치는 게 아니라 투수들이 잘 못 던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타율 3할=A급 타자'라는 등식이 깨졌다는 얘기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일반적인 타율 보다 외국인 투수 또는 A급 투수, 구속 145㎞ 이상의 빠른 공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 식으로 좀더 세분화된 평가를 해야만 타자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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